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시장도 저성장 체질로 바뀐다

지난해 말 맥이 빠지던 주택시장이 을미년 들어 고개를 바짝 치켜드는 모양새다. ‘부동산 3법’ 국회 통과 등으로 흔들리던 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1월 주택 지표가 놀랍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호황기에 못지않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6800여 가구)은 1월 기준으로 정부의 공식 집계가 시작됐고 주택시장 절정기이던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시장 역시 뜨겁다. 지난달 경매 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낙찰가율)이 1월 기준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88.3%를 나타냈다.

타오르는 주택시장 불길에 정부가 최근 기름을 끼얹었다. 돈을 풀었다. 우선 공유형 모기지 확대다. 정부에서 저리의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공유형 모기지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되살아나는 터닝 포인트가 된 2013년 8·29 대책의 핵심이다. 비관에 빠져 있던 시장의 심리를 기대 쪽으로 돌린 1등 공신이었다.

주택시장에 다시 돈 풀기
정부는 이번에 공유형 모기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소득 제한을 없애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 크기 제한(전용면적 85㎡ 이하)을 완화했다. 금리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절반 수준인 1%대다. 또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많이 낮춘 2%대 고정금리 장기 대출 상품이 3월 나온다.

주택 매수에 효과적인 자극제가 대출 문을 넓히고 문턱을 낮춘 것이다.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확대는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채질할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공유형 모기지 발표 이후인 지난주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 모두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형 모기지 개선은 시기적절해 보인다. 자격 요건을 갖춘 대상자와 대상 주택의 범위를 넓혀 주택 수요를 두텁게 하기 때문이다. 번지던 불길을 가로막고 있던 울타리를 없앤 셈이다.

다만 공유형 모기지 개선책에 아쉬움은 있다. 울타리를 어중간하게 치웠다. 주택 크기 제한 말이다. 정부는 대상 주택을 전용 102㎡까지 늘리기로 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할 때 적용되는 주택 크기 구분에서 85㎡ 바로 다음 기준이 102㎡인데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 85~102㎡의 수요가 많지 않다. 아파트가 대개 옛 평형 기준으로 전용 85㎡의 30평대, 114㎡ 정도의 40평대, 135㎡ 안팎의 50평대다. 30평대에 살다 집을 넓혀 가면 주로 40평대로 이사한다. 85~102㎡는 85㎡와 같은 30평대다.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70여만 가구 가운데 85~102㎡는 1.5%인 1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기왕 범위를 넓히려면 그 다음 기준인 50평대의 135㎡까지 확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지난해 102~135㎡ 아파트 거래량은 85~102㎡의 7배가 넘는 7만8000여 가구(11.1%)였다.

연초 매도자와 매수자로 북적댄 주택시장은 초저금리 대출의 윤활유 덕에 설 이후에도 매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난에 시달리는 무주택자와 집을 바꾸거나 넓히려는 갈아타기 수요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거래 증가 폭에 비해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수도권 거래량이 2013년에 비해 27%나 급증했지만 집값 상승률은 1.47%에 불과하다. 지난달 정부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서울 아파트가 거래됐지만 아파트값 상승률은 0.14%(한국감정원)였다. 올 1월 거래량의 80% 수준인 지난해 1월(0.29%)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거주할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대부분 구입해서다.

집값, 상승 어렵고 박스 안에 맴돌아
전셋값 급등 등으로 집을 구입하고 싶은데 집값이 떨어질까봐 매수하지 못하다 집값이 더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자 매수로 돌아섰다. 늘어난 수요 못지않게 찾는 사람이 있을 때 팔려고 내놓는 공급도 많다. 거래는 많은데 가격은 뛰지 않는 이유다. 겉보기와 달리 속은 뜨겁지 않은 불길인 셈이다.

주택 수요에 한계도 있다. 집값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는 아직 관망세다. 실수요는 저렴한 매물만 찾다 보니 가격이 꿈틀대면 발을 뺀다.

이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큰 폭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집값이 거래량 증가에 따라 계단식으로 오르지 않고 박스권에서 맴돈다. 가격 기준으로 주택시장도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것 같다. 집값 안정이란 면에서는 반가울 수 있지만 저성장이 지속하면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다. 거래가 가격을 밀고 가격이 거래를 견인하는 힘이 없어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