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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보육교사를 위한 변명

난 어릴 때 매운 걸 먹지 못했다. 김치를 물에 빨아 먹었다. 라면도 내겐 너무 매웠다. 면만 따로 삶아 간장과 설탕을 넣어 비벼 먹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매운 것을 입에 넣고 견디게 됐다. 만일 그런 내가 인천에서 어린이집을 다녔다면? 지난달 인천에서 김치를 못 먹고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에게 맞아 네 살짜리 아이가 휙 날아간 사건이 있었다. 일어난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김치쪼가리를 먹는 걸 보고 소름이 확 끼친 것은 그 화면에서 날 봤기 때문이다. 매운 걸 못 먹고 잔반을 만드는 난 저런 교사의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다.

교사는 어떻게 아이가 김치를 남기고 밥을 오래 먹는다고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좋아하는 게 교사란 직업정신의 기본이라 이해하기 힘들었다. 직업 안엔 고유한 직업정신이 있다. 직업을 통해 그 직업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동시에 내 자아실현이 된다. 그런데 이 보육교사의 마음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원래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이 그저 직업으로 교사를 잘못 선택한 것이었다고만 판단하기 힘든 점들이 관찰된다.

일러스트 강일구
먼저 그 수가 많다. 짧은 기간의 교육만 받아도 상대적으로 쉽게 보육교사가 될 수 있어 자격신고자만 100만 명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하루 평균 9.6시간을 일하고, 월급여는 평균 112만원 정도라 보고한다. 경제학자인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이 문제를 ‘효율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으로 설명한다. 전통적 관점에선 노동자의 효율성이 그의 임금을 결정하지만 효율임금이론에선 임금이 그의 효율성을 결정한다. 어느 수준 이하의 열악한 보수를 받고 직업 안정성이 없는 경우 제공하는 노동도 거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적은 보수를 받는다면 딱 그만큼의 노동만 제공하면 된다고 여긴다. 그 직업이 가져야 할 직업정신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빨리 밥을 먹지 않는 애는 내가 오늘 완수해야 할 최소한의 일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런 환경에 있는 교사에게 “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이 어린이집은 겉으론 문제가 없었다. 한국보육진흥원이 실시한 평가 인증에서 100점 만점에 95.36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증을 잘 받으면 안정적으로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다. 어느새 어린이집 원장에게 갑(甲)은 아이의 부모가 아니라 정부가 돼 버렸다. 교사 개개인이 아이를 잘 보살피는지 살피기보다 정부가 원하는 적정수의 교사인원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원장도 사람이니 수익을 위해 가능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많은 수의 교사를 고용하고 싶어진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인천 어린이집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일을 시키는 게 옳다는, 효율성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은 효율성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직업정신은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하며 요구해야 한다. 직업이 돈을 버는 수단, 그것도 값싼 노동력으로 치환돼 버리면서 소중한 직업정신이 사라져 버렸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까지도 거세해 버리는 건 현대사회의 비극이다. 이 사건을 한 교사의 일탈행동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도 배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hn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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