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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귀·입만 살펴도 부모님 건강 보인다

노인의 구강 건강 상태가 나쁘면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다. 만약 노부모의 입안에 염증이 생겼다면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사진 룡플란트치과]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사람을 다음날 장례식장 영정 사진으로 대면하는 일이 잦았던 그 옛적 ‘슬픈’ 인사법이다. 아무 이상이 없어 보여도 노인의 건강은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 65세 이상 노부모가 있다면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효도의 길이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다가오는 설날 연휴는 어르신의 건강을 체크해 볼 좋은 기회다.

노부모 건강 체크포인트 중 첫째는 시력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노인들은 백내장·녹내장 등 안과 질병이 잘 생겨 시력이 떨어지기 쉽다. 눈이 아픈지, 충혈이 잦은지, 자주 침침해지는지, 바깥에 나가면 심하게 붓는지 등을 물은 뒤 이런 증상이 최근 심해졌다면 안과를 모시고 간다.

둘째는 청력 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귀가 어두워지면 사회생활이 더 힘들어져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속삭이듯 질문을 던지는 것이 효과적인 청력 확인법이다. 잘 알아듣지 못하면 청력이 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일단 귓속의 귀지 상태를 살핀다. 귀지 문제가 아니라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사받고 필요하다면 보청기를 사 드린다.

셋째는 입안의 위생 상태다. 노인의 영양 상태가 악화되는 가장 흔한 원인이 치아 상태가 나쁘고 잇몸에 염증이 생겨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의치를 하고 있다면 의치 탓에 잇몸·혀에 염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매일 깨끗하게 의치를 소제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입안에 염증이 생겼다면 즉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

넷째는 팔의 관절이나 근육의 이상 여부다. 노인에겐 어깨 관절 통증·염증이 잘 생긴다. 물건을 들거나 머리를 돌리는 동작을 잘 못하는 것은 그래서다. 양팔을 들어 올린 다음 머리 뒤로 두 손을 깍지 끼는 동작을 하도록 하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작을 못하면 어깨팔꿈치 관절에 통증염증이 있어서다. 노부모가 바닥에 떨어진 연필이나 동전을 집지 못하면 팔이나 손의 관절·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다섯째는 다리 관절과 근육의 이상 여부 확인이다. 노인에게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낙상. 다리의 움직임과 근력이 괜찮아야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방에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 몇 m를 걸어갔다가 되돌아서 다시 걸어와 앉을 수 있다면 OK다. 하지만 통증과 어지럼증, 힘들어하는 증상이 있다면 퇴행성관절염·어지럼증·신경손상·뇌기능 저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걷다가 넘어진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것도 방법이다.

여섯째는 대소변을 편안하게 보는지 여부다. 노인에겐 변비가 잘 생기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도 많다.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지리는 경우(요실금)도 있다. 이런 사실은 자식에게도 밝히길 꺼리므로 대놓고 물어봐야 한다. 만약 변비·설사가 잦거나 요실금·오줌소태 등이 있으면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

일곱째는 영양 상태다. 입맛이 없고 소화불량이 잦으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 영양실조가 생길 수 있다. 매년 전체 영양실조 환자 중 노인 비율이 60%를 넘는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 영양실조에 빠질 확률이 높다”며 “피부 탄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거나, 붓기가 자주 생기고 상당한 체중 감소가 있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하는 증상이 심해졌다면 영양실조를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덟째는 정신이 흐려지진 않았는지 여부다. 70세를 넘어서면 치매 발생률이 높아진다. 치매는 대개 최근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계산을 못하는 것도 초기 증상이다. 외출 후 집을 못 찾아 헤맨다면 더 진행된 상태다.

아홉째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노인은 우울증에 쉽게 걸린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외출을 기피하며 식사나 움직임도 줄어든다. 노부모에게 “사는 재미가 어떠신지”를 직접 묻는 것이 간단한 확인법이다. 이웃 노인들과 잘 어울리는지, 취미생활을 자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본의 작가 소노 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에서 “무조건 명랑할 것,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할 것, 자주 버릴 것, 공격적이지 말 것, 의사표시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할 것, 푸념하지 말 것, 가족들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을 노인의 정신 건강 유지법으로 추천했다.

열 번째로 기본 생활기능을 점검한다. 혼자 장을 보거나 용돈을 관리하는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시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지, 제 시간에 약을 챙겨 드실 수 있는지, 바느질·집안 청소·빨래 등을 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정도가 가능하다면 최소한 심각한 정신·신체적 질병은 없다고 여겨진다.

세배를 드리기에 앞서 노부모가 노쇠에 빠지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노쇠(senescence)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과정인 노화(aging)와는 다르다. 최근 『인생 2막을 건강하게』란 책을 쓴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함준수(65) 교수는 “체중·활력·보행속도·신체활동 감소와 허약 등 다섯 가지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후 7%, 80세 이후 20%가 노쇠를 경험한다. 여성의 노쇠 비율이 남성보다 두 배가량 높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유상호 교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항(抗)산화식품을 섭취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지만 운동을 심하게 하면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돼 오히려 노화가 가속된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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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