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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칩샷 하면 뒤땅 … “입스는 불안감보다 뇌질환일 수도”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31일 피닉스오픈 2라운드 11번 홀에서 아이언샷을 한 후 불만스러운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AP=뉴시스]
1999년 뉴욕 양키스의 2루수 척 노블럭은 1루 송구가 나빴다. 1루 뒤에 있던 TV 카메라맨 머리 위로 던졌다. 그 이후로 그는 1루에 송구를 못했다. 그는 좌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다. 90년대 뛰어난 포수였던 뉴욕 메츠의 매키 새서도 어느 날 갑자기 투수에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가 칩샷 입스(yips) 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마스터스에서 90도 꺾어져 홀로 접근했다 한참 후 떨어지는 신기의 칩샷 등을 보여 주던 쇼트게임의 예술가 우즈가 연거푸 칩샷 뒤땅을 치고 있다. 우즈는 6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도 칩샷 부진으로 고생하다가 12홀 만에 경기를 포기했다. 우즈의 기권 이유는 허리 통증이었는데 칩샷 입스와 겹쳐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국립국어원의 신어 사전에 따르면 ‘입스란 골프에서 퍼트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로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이른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이 증상은 퍼트할 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드라이버를 칠 때도 칩샷을 할 때도 입스가 나온다.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있다. 갑자기 자유투를 못 던지는 농구 선수가 있고, 서브를 넣지 못하는 테니스 선수가 있으며, 다트를 던지지 못하는 다트 선수가 있다. 크리켓·당구 등 종목은 다양하다. 음악가와 작가들에도 입스 비슷한 현상이 나온다. 그래도 골프에서 가장 많다.

테니스·농구 … 모든 선수에게 저승사자
뉴욕타임스는 우즈가 칩샷 입스로 고생하는 라운드를 묘사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캐디가 ‘죽음의 사신’으로 보였다고 썼다. 선수들에게는 입스가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1920년대의 명 골퍼 토미 아머는 “한번 생기면 바로 끝장”이라고 했다. 아머 이외에도 해리 바든, 벤 호건, 샘 스니드, 톰 왓슨, 베른하르트 랑거, 이언 베이커 핀치, 데이비드 듀발 등이 입스를 겪었고 선수생활을 그만뒀거나 오랫동안 고생했다.

 수퍼스타 우즈의 입스는 골프계의 큰 악재다. 그래서 여러 명이 훈수를 두고 있다. 몇 분 만에 치료된다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 비관적이다. 과거 그의 코치였던 행크 헤이니는 “쉽게 치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니가 우즈와의 악연 때문에 악담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헤이니 본인이 오랫동안 입스로 고생한 그 분야 전문가다. 책도 썼다. 우즈는 “괜찮다. 스윙 교정 중 생긴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하지만 속사정은 다를 것이다. 입스는 우즈의 선수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 그 시기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헤이니는 털사대 시절 콘퍼런스 올스타에 뽑힌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고교 시절부터 생기기 시작한 드라이버 입스가 악화되면서 85년부터 17년 동안 골프 라운드를 열 번도 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골프 코치로 명성을 날린 그는 당연히 자신의 입스를 고치려 했다. 그러나 헤이니는 “열심히 고치려 하면 할수록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입스는 매우 심리적이다. 불안과 걱정, 긴장 등이 입스를 증가시킨다. 얼마 전까지는 100% 심리적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심리학만으로 풀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신경계통과 관계된 뇌의 질환이라는 해석이 요즘 대세다. 생리학적-생화학적 현상이라는데 이 분야는 미지의 영역 중 하나다.

심리적 요인, 시각적 자극과 연결된 듯
입스로 과녁을 향해 활을 쏠 수 없게 된 양궁 선수들이 다른 곳에는 잘도 쏜다. 원이 있는 과녁에 못 쏠 뿐이다. 위에서 설명한 야구 선수 노블럭은 좌익수로 옮겨서는 1루로든 홈으로든 공을 잘 던졌다. 2루수 자리에서는 못 던졌다. 만약 100% 긴장이나 불안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면 왜 다른 곳에는 잘 쏘고 불스아이에는 쏘지 못할까.

  부담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입스 환자들은 증세를 보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불안감이 입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는 듯하다. 눈과 손의 신경 연결 회로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조니 밀러는 퍼트 입스에 대해 “내 머릿속의 와이어가 부식됐다”고 표현했다. 토미 아머는 “쇼트게임을 망가뜨리는 머리 속의 경련”이라고 했는데 아마 이런 말이 적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특히 뇌의 시각적 자극이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 볼이라는 시각적 자극을 받으면 퍼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과녁을 보면 활을 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노블럭의 경우는 2루수 자리에서 1루를 바라봤을 때 보이는 더그아웃이나 TV 카메라가 그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자극의 발단이 될 수 있다.

조니 밀러·마크 오메라도 시달려
입스를 고칠 수 있을까. 입스를 어느 정도 이겨낸 경우는 있다. 역시 시각을 이용했다. 조니 밀러는 퍼트 입스를 겪고 있던 76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는 볼이나 퍼터 헤드를 보면 퍼트를 할 수 없는 증상을 앓았다. 그래서 그는 퍼터 그립에 손톱만 하게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했다. 공이나 헤드를 보지 않고 빨간 매니큐어만 보면서 퍼트를 했고 우승했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마크 오메라도 퍼트 입스에 걸렸다. 그는 그립을 바꿨다. 네 손가락이 타깃 쪽을 가리키게 잡는 이른바 집게 그립을 썼다. 오메라는 퍼트를 할 때 공이 아니라 손가락 끝을 보고 스윙을 했다. 눈을 감고 퍼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실제 입스 환자는 눈을 감고 퍼트를 해보라는 처방을 받는다. 눈을 떠서 몸이 돌처럼 굳은 상태로 퍼트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헤이니는 드라이버 입스를 거의 고쳤다. 공을 보지 않고 레슨을 받는 수강생의 얼굴을 보면서 스윙을 했을 때 공이 잘 나가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공을 보지 않아야 공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드라이버 스윙을 할 때 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가 찾은 것은 모자챙이다. 공을 잠깐 본 후 스윙 내내 모자챙을 본다고 한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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