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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파리에 갇힌 개구리

먼지가 폴폴 날리는 여행 가방을 툭툭 털어 몇 년 만에 성지순례를 떠났다. 여행지는 라오스의 불교사원이다. 1월에 간 라오스는 생각보다 더웠다. 밤늦게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꽤 더웠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했지만, 그래도 후끈한 열기가 공기 중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행 중에 둘러본 라오스는 평온하고 느긋했다. 적당히 게으름을 피워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나른한 느낌이었다. 버스에서 내다본 거리에는 소와 개, 고양이 등 가축들이 팔자 늘어지게 걷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 또한 어찌나 천진하고 맑은지, 우리도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던가 싶다. 후텁지근한 바람과 야자수, 흙먼지를 뒤집어쓴 사람들까지 모두가 우리를 향해 ‘이제 좀 천천히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는 함께 간 일행들에게 호숫가 개구리 이야기를 해주었다. “개구리는 순식간에 혀를 내밀어 파리를 낚아채는데, 그건 파리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순식간에 잡아챌 수 있도록 진화한 덕분이래요. 대신 개구리는 눈에 들어오는 다른 시각적 자극은 차단된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없는 물체는 개구리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호숫가에 아름다운 꽃들이 아무리 피었어도 개구리는 그걸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요. 주위에 아름다운 것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수없이 많아도 자기 목표만 생각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느라 소중한 걸 보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이번 여행에서는 그간 무디어지고 퇴화된 것들을 잘 찾아보시고 스스로 일깨워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뭐든지 빨리 해야만 잘하는 것 같고, 시작과 동시에 결과가 눈에 보여야만 성공한 듯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건 어딘가 비정상이다. 자연스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빨리 살아가느라 성찰의 시간조차 부족하다. 틱낫한 스님이 계시는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에는 정해진 시간에 매일 종이 울린다고 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각자 호흡과 미소로 돌아가는 수행을 한다. 자신의 삶과 여유를 치유하는 시간인 것이다.

오랜만에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에 다녀오니 느리게 사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절집에서도 늘 적게 먹고 적게 쓰며 만족하는 삶을 가르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좋은 말에 젖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 속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두려움은 적게 희망은 많이, 먹기는 적게 씹기는 많이, 푸념은 적게 호흡은 많이, 미움은 적게 사랑은 많이 하라. 그러면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이 당신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소욕지족을 하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보려 해도 급하게 살면 별 소용없다. 천천히 살아야 자세히 보인다. 세심하게 살펴야 아름다운 것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으련다.

1월 초만 해도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하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맘이 좀 바뀌었다. 앞으론 ‘이것도 좀 비우고 저것도 좀 버려야지’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시간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는 오로지 자기 몫일 테니까. 그렇게 비우고 버린 뒤에는 더 아름다운 것들로 충만하리라 믿는다.



원영 조계종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사리. 불교 계율을 현대사회와 접목시키고 있다. 현재 BBS 불교방송 ‘아침풍경’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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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