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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추천 명화


영화에는 다양한 삶이 녹아 있습니다. 좋은 영화가 주는 울림은 오래 남습니다. 나아가 삶을 뒤바꾸기도 하죠. 설 명절이 끼어 있어 비교적 여유로운 2월,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보세요. 가족·친구와 함께 평생 기억에 남을 ‘내 인생의 영화’도 찾아보길 권합니다.

모델=박지윤(부산 연제초 5), 사진=장진영 기자, 장소협조=KT&G 상상마당 영화관


새 학년 앞두고 고민 많은 요즘 마음 달래줄만한 영화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방학이 되기 전까지, 새 학년도 헌 학년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죠. 이도 저도 하기 애매한 2월의 교실에서 선생님이 골라주신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흔히 2월의 교실은 공백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게 오히려 새 학년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중은 진급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2월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합니다. 가족·사랑·우정·성장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선정한 추천 영화입니다. 엄마·아빠 세대가 보고 감동받았던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 KEY WORD 가 족

언더 더 쎄임 문 2007
감독 패트리시아 리건 출연 아드리안 알론소, 케이트 델 카스틸로

[언더 더 쎄임 문] 아빠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칼리토스 “왜 엄마도 아빠도 나와 함께 있길 싫어하는 거죠?”

멕시코에 사는 칼리토스는 돈을 벌러 미국 LA로 간 엄마 대신 4년째 아픈 외할머니 밥도 챙기고 용돈벌이도 하고 있다. 유일한 낙은 일요일마다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그러다 외할머니마저 지병으로 돌아가시자 엄마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난 어린애 아니에요. 아홉 살이나 먹었다고요.” 아슬아슬하게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이민국 직원에게 잡힐 뻔하고, 갖고 있던 모든 돈을 잃어버리는 일 등 힘든 사건을 겪는다. 게다가 엄마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도미노 피자집과 빨래방이 보이는 버스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라는 부실한 설명뿐. 하지만 그는 “우린 언제나 같은 달을 보고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되새기며 역경을 헤쳐 나간다. 칼리토스의 슬픈 표정을 본다면 어떤 냉혈한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멕시코 최고 인기 그룹 ‘로스 타이거스 델 노테’의 노래도 마음을 울린다.


보이 후드 2014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보이 후드] 대학에 가려 짐을 싸는 메이슨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엄마 “이제 나한테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배우 에단 호크는 “내 평생 이런 영화는 처음 찍어봤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똑같은 배우들을 1년에 한 번씩 12년간 촬영하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아버지가 메이슨에게 비틀즈의 곡을 직접 모아 만든 ‘더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을 생일 선물로 주는 장면은 에단 호크의 경험담이다. 아버지 캐릭터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의 아버지로부터 영감 받은 것이며 엄마 캐릭터 역시 그녀를 연기한 패트리샤 아퀘트의 엄마로부터 많은 부분을 빌려왔다. 누나 사만다 역으로 나오는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감독의 딸인데, 영화에서 하차하겠다고 말썽을 부려 아버지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가족이 시간과 함께 성장하듯이 인생 역시 시간의 기록이자 예술임을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 KEY WORD 사 랑

라 붐 1980
감독 클로드 피노트
출연 소피 마르소, 알렉산드르 스털링

[라붐] 사춘기의 절망에 빠진 빅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관심조차 없어요”

프랑스어 원제 ‘라붐(La Boum)’은 ‘파티’라는 뜻이다. 파리로 전학 온 열세 살 소녀 빅은 파티에 갔다가 마티유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빅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마티유는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빅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며 로맨틱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제부터 둘 사이엔 즐거운 일만 가득하리라는 관객의 예상을 배신하며, 영화는 잘되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 빅을 연기한 건 당시 세계에서 제일 예뻤다던 소피 마르소인데도 마티유의 정신은 자꾸 딴 데로 향한다. 빅은 할머니의 코치대로 연애 작전을 세워 보지만 여의치 않고, 부모님은 사생활 문제로 괴롭힌다. 설레는 감정, 가족 문제로 불안한 사춘기 소녀의 복잡한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 영화. 주제가인 ‘Reality’, 지금 봐도 예쁜 1980년대 스타일링도 눈에 띈다.


플립 2010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플립] 줄리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브라이스 “이제 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었다. 난 줄리 베이커가 좋다

틈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아빠, 학교 다니는 것보다 노래하길 더 좋아하는 오빠들, 파이를 잘 굽는 엄마 등 자유로운 집안에서 자라난 줄리는 자기 주장이 강하며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하는 아이다. 줄리는 앞집에 이사온 브라이스를 보고 한눈에 반하지만 못되게 구는 태도에 상처 받고 멀리한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그녀가 신경 쓰이는 브라이스. 영화는 둘의 시선을 교차하며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보는 재미를 준다.


- KEY WORD 성장

스탠 바이 미 1 9 8 6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리버 피닉스, 윌 휘튼, 코리 펠드만

[스탠 바이 미] 자신이 이상하냐는 고디의 질문에 크리스 “그래, 그게 어때서? 다들 이상하잖아.”

“너희들 진짜 시체 보고 싶어?” 번이 친구들에게 묻는다. 1959년 여름, 미국 오레건 주 캐슬록, 열두 살 먹은 골목대장 크리스, 문학 소년 고디,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아버지를 존경하는 테디, 소심하고 겁 많은 번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숲 속에 시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다. 거머리에게 습격 당하고, 기차에 치일 뻔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자기 안의 두려움과 상처다. 그들은 짧은 여정 안에서 내면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꺼낸다.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며 북돋아준다. 어른이 된 고디는 그 시간을 회상하며 말한다. “겨우 이틀 동안 나가 있었는데도 마을은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전보다 작게 느껴졌다. 열두 살 그 애들 같은 친구가 나에게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


빅 1988
감독 페니 마샬
출연 톰 행크스, 엘리자베스 퍼킨스

[빅] 회사 주최 파티에 참석한 조시 “밀크 셰이크는 없어요?”

빨리 어른이 돼 장난감 회사에서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빅’은 어린이들의 꿈같은 소원을 들어주는 영화다. 열세 살 조시는 놀이공원에 갔다가 좋아하는 신시아 앞에서 키가 작다는 이유로 놀이기구 탑승을 거절 당한다. 조시는 소원을 비는 기계 ‘졸타’에게 “키가 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다음 날 서른 살 어른으로 변한다. 엄마에게 괴한으로 오인 받아 집을 나온 뒤 우여곡절 끝에 뉴욕의 장난감 회사에 취직한다. 어린아이다운 천진함으로 곤충 변신 로봇, 디지털 만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승승장구한다. 모든 장난감을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조시는 문득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친구와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KEY WORD 우정

굿바이 칠드런 1987
감독 루이 말
출연 가스파스 마네스, 라파엘 페이토

[굿바이 칠드런] 장 신부가 줄리앙에게 “누구나 어두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단다.”

“40여 년이 흘렀지만 난 그 1월의 아침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영화 ‘굿바이 칠드런’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루이 말 감독의 내레이션이다. 영화는 1944년 나치 점령 하의 파리 근교 카톨릭계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호기심 많고 똑똑한 열두 살 소년 줄리앙은 새로 전학 온 보네라는 친구와 우정을 나눈다. 보네가 유태인이고 아버지는 수용소에 갇혀 있으며 어머니는 행방불명 됐지만, 둘은 전쟁과 광기가 구분해놓은 경계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 게슈타포(나치 정권의 비밀 경찰)는 유태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학교에 들이닥쳐 장 신부와 보네를 잡아간다. 영화 제목은 끌려 가던 장 신부의 마지막 대사 “아이들아, 안녕”을 그대로 옮겼다. 루이 말 감독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지켜주지 못한 친구에 대한 뒤늦은 작별 인사를 영화를 통해 전한 것이다.


버터플라이 2002
감독 필립 뮬
출연 미셸 세로, 클레어 부아닉

[버터플라이] 줄리앙이 엘자에게 “누구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지. 중요한 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거야.”

할아버지와 꼬마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주근깨 소녀 엘자는 나비 ‘이자벨’을 잡으러 캠핑을 가는 노인 줄리앙의 자동차에 몰래 숨어든다. 얻어 탄 주제에 떳떳한 엘자는 줄리앙을 구박한다. 또 “악몽이랑 꿈이랑 뭐가 달라?” “부자는 어떻게 되는 거야?” 등 지치지도 않고 질문을 해댄다. 괴팍한 줄리앙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둘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하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조금씩 친해진다. 특히 다양한 경험과 오랜 사유에서 나온 듯한 줄리앙의 대답은 받아 적고 싶을 만큼 멋지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함께하는 순간은 시간과 나이와 상관 없이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인생은 순간을 사는 것’이라는 줄리앙의 생각을 실천하듯 말이다.

글=나지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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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