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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매는 대신 머리 맞대 토론하니 ‘유레카’

백무남 새울 아카데미 주민자치대학장은 “사람은 서로 도와야 하기에 ‘인(人)’자는 두 획을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로 건설을 놓고 이웃끼리 반목했다. 대전 용운동과 가양동이 그랬다. 2005년의 일이었다. 용운동 주민들은 빨리 도로 공사를 하라고 재촉했고, 가양동 쪽은 “인근 산으로 가는 길을 끊어 놓는다”며 반발했다. 가양동 주민들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었고, 구청에 항의 방문하기 일쑤였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임하고 용운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있던 백무남(75)씨가 나섰다. “그냥 두면 자칫 이웃끼리 반목이 심해질 것 같았어”라고 했다. 두 동네 대표 10여 명씩이 모여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처음 가양동 주민들은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다. 설득 끝에 마주 앉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있다 자리를 뜨곤 했다.

 하지만 만남이 잦아지면서 점점 진지하게 토론하게 됐다. 결국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도로 때문에 등산로가 끊어지는 부분에 지하 터널을 설치하는 거였다. 가양동 주민들도 반겼다.

 백무남씨는 “힘에만 의존해 머리띠 매고 몰려가면 갈등이 더 커지지만 대화를 하면 길이 열린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토론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해결책을 잘 찾기 위해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주민들 상대로 한 인문학 강좌를 생각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2009년 ‘새울 아카데미 주민자치대학’을 만들었다. 용운동의 옛 이름인 ‘새울’을 따서 이름 지었고 백씨가 학장이 됐다.

 주민센터를 빌려 매주 화요일에 특강을 했다. 대학교수·변호사·시민단체 대표 등을 초청해 정치·문화·역사·자녀교육 등 다양한 강좌를 열었다. 늘 70여 명이 참석한다. 강좌는 지금까지 219차례 진행됐다. 강사료는 주민들이 매달 1만원씩 내서 해결한다.

 강의가 끝나면 지역 현안에 대해 토론도 한다. 이를 통해 또다른 문제도 해결했다. 2011년 대전시가 시내버스용 천연가스 충전소를 용운동 선량마을에 설치하려 할 때였다. 선량마을 20여 가구 주민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머리띠를 매지는 않았다. “충전소는 대전시민 전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충전소를 지으려는 업체를 찾아가 대화를 제의했다. 결국 장소를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마을엔 도시가스를 설치해주는 중재안을 마련해 충전소를 건립했다.

 백씨는 “이젠 주민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토론으로 결론짓는 습관이 생겼다”며 “이런 것이 시민이 이뤄내는 자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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