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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슬픈 인문계’의 반전에 대학·기업이 나서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손국희
사회부문 기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이공계 대신 인문계를 뽑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A그룹 인사 담당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가능성 있는 인문계 인재를 뽑아 직무능력을 키워 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하죠. 하지만 인문계를 뽑아 하나부터 열까지 직무교육을 하느니 차라리 이공계를 뽑아 인문학 강의를 해 주는 게 회사 입장에선 더 경제적입니다.”

 기자도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인문계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대놓고 홀대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A그룹은 대외적으론 인문학적 창의력이 기업의 미래라고 강조하던 곳이었다. 그렇다고 “왜 인문계를 외면하느냐”고 항변할 수는 없었다. 인사 담당자의 말대로 기업은 철저히 효율을 추구한다. 기업이 인문계 대신 이공계를 뽑겠다는 데 이를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신입사원의 85% 이상이 이공계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공채 서 이공계만 선발하고 있다.

 본지의 ‘SKY도 슬픈 인문계’ 기획 보도(2월 4, 5일자)가 나오자 오프라인과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인문학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성토부터 ‘실용과 거리가 먼 학문의 한계’란 의견까지 다양했다. 앞으로도 인문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지난 4일 학생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난 뒤 자기 계발을 위한 인문학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 잘되는 이공계 정원은 늘리고 인문계 정원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스펙 쌓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인문계의 앞날이 캄캄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숨만 나온다”는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의 하소연은 절실하기만 하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은 외국어 점수, 자격증 등 4가지 스펙을 갖추는 데만 평균 1554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 출신에겐 과연 희망이 없는 것일까.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구글과 애플, 인텔 등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뒤엔 인문학의 힘이 있었다. 구글의 경우 신입사원 중 50% 이상을 인문학 전공자들로 채우고 있다. 인문학이 단순히 고리타분한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원천인 상상력을 키우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대란’을 넘어 ‘재앙’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인문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산학 협력을 강화해 기업 현장에서 실습 경험을 쌓도록 한다면 인문계생들도 충분히 실무감각을 갖출 수 있다. 철학과 역사학을 소프트웨어와 IT와 융합하는 프로그램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의 통쾌한 ‘반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손국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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