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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교육 문제도 판사가 정리해 주는 시대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법대로 하자’는 말을 접할 때가 있다. 법을 잘 지키자는 취지가 아니라 막무가내로 버티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아파트단지의 기물을 부순 초등학생의 부모에게 관리사무소 직원이 연락하자 ‘법대로 하라’고 했다는 식이다. 타협이 안 되면 법의 판단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걸 보면 법은 최후에 찾아야 할 차가운 절차라는 걸 모두 알고 있는 셈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선 교육과 관련한 문제까지도 ‘법대로 해보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란을 두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자사고 6곳을 지정취소하자 교육부가 직권으로 그 처분을 취소했다. 교육청이 다시 반발해 대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자사고 취소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문구를 ‘협의’에서 ‘동의’로 바꾸기도 했다.

 장관과 교육감을 비롯해 교육부·교육청 관료들은 교육 관련 전문가로 대접받지만 사실 중요한 결정은 판사들이 하고 있다. 1년 만에 모든 응시자를 정답 처리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가 인정하지 않고 넘긴 사안이다. 2심 재판부가 수험생의 손을 들어준 뒤에야 바로잡혔다. 한국방송통신대·공주대 등 국립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분야를 업으로 삼아온 당국자들이 사법고시를 거쳐 법조계에서 지내온 판사들의 판단을 뒤따르는 모양새다.

 교육 이슈가 법정으로 가는 현상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교육 당국자들의 자세 때문에 심해지고 있다. 자사고 문제만 해도 수시모집 위주로 변한 대학입시에서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일반고의 여건이 열악하다는 걸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안다. 그런데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보수·진보 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해결책을 모색할 논의의 장을 만들지 못했다. 국립대 총장 후보자 제청 거부 역시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임이 확인되고 있지만 최종 판결까지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할 만큼 했다고 윗선에 보여주려는 처사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논쟁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 하기보다 법정을 쳐다보는 양상이 교육계에만 있는 건 아니다. 여야가 만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여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조차 자신들이 만든 법에 대한 판단을 법관에게 의탁한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기르는 교육만큼은 법 규정을 따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학업 능력이나 인생을 꾸려갈 자질 등은 법령에 명시한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자들이 변호사 자문 결과 같은 자료를 내놓기보다 머리부터 맞댔으면 한다. 그래야 법 없이도 잘사는 아이들을 육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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