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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주 기자의 심톡] 커피 한 잔 하시죠.





출근하자마자 아직 집에 놔두고 온 정신줄을 잡아오기 위해 한 잔 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당연하다는 듯 또 한 잔 마셨지요. 오후 3시. 취재를 위해 만난 취재원과도 별 생각 없이 한잔 시켰습니다. 오후 6시. '폭풍 마감'을 위한 사전의식처럼 경건하게 한 모금합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위 내용은 어떤 평범한 저의 하루입니다. 그리고 저 '한 잔'은 다 예상했겠지만 커피이지요. 저 뿐만 아닐 겁니다. 현대인은 커피를 정말 많이 마십니다. 언젠가부터 회사 주변에 카페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지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카페마다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거지요. 동료들끼리 "도대체 카페가 이렇게 많지 않던 때엔 사람들은 어디서 시간을 보냈지"라고 가끔 농담 반 진담 반 의문도 던집니다. 언제, 왜 한국에 이렇게 많은 카페가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이미 130여년도 넘었습니다. 이번 주 한국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씨를 인터뷰하면서 커피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커피 관련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84년 미국인 퍼시벌 로웰이 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고 합니다. 그는 조선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정치·사회·경제·문화에 대한 기록을 한 뒤 이를 토대로 책을 냈습니다. 이 책엔 '조선 고위관리들과 한강변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담겨있지요.



또 '오감도'와 '날개'를 쓴 천재 시인 이상과 관련한 재미있는 내용도 발견했습니다. 이상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4번이나 다방을 열고 닫았더군요. 가장 처음 열었던 '제비다방'은 1933년 종로에 있었습니다. 커피와 홍차 등을 팔았는데, 손님이 없어 차를 사지 못할 만큼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2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인사동에 '쓰루', 광교에 '식스나인(69)'을 계속 만듭니다. 특히 식스나인은 정식개업도 못하고 내부공사만 하다 문을 닫았죠. 처음에 허가를 내줬던 종로경찰서가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공사 중인 가게를 지나던 한 시민이 가게 이름이 너무 선정적이라 민원을 냈다지요. 그 뒤에도 이상은 포기하지 않고 명동에 다방 '무기(일본말로 보리)'를 열었다 오래 못 가 또 실패하고 맙니다.







이상은 왜 이렇게 다방에 '집착'했을까요. 혹자는 직접 설계한 제비다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제비다방은 현대 커피숍처럼 밖과 안이 모두 보이는 열려있는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벽으로 막힌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확 트인 소통의 공간을 통해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의 울분을 토했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해석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상의 모습에서, 사람들로 그득그득한 오늘날 카페가 겹쳐 떠오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이추씨의 말도 생각났습니다.



"사람들은 커피 한잔으로 행복을 느끼고 뭔가를 채우는 만족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지금 한국에 카페가 이토록 많은 게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니 슬퍼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커피 한 잔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니 오히려 다행 아닌가요."

흠... 커피 한 잔 하시죠.



[심영주 기자의 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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