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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천국을 한데 품은, 지독하게 낯선 땅


 

[중앙일보·미국관광청 공동기획│미국 국립공원을 가다] ② 데스밸리







 
데스밸리에도 사하라 같은 모래사막 ‘메스키트 플랫’이 있다. 해 돋고 해 질 때, 붉은 모래 언덕이 춤추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최근 경제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신생 벤처기업이 처음 맞는 도산 위기를 뜻한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진짜 데스밸리는 아름답다.

척박한 땅이지만, 지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비경을 품고 있다. 데스밸리는 북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하며, 해수면이 가장 낮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가기 힘든 데스밸리를 다녀왔다.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혹성에 불시착한 듯했다.

 
① 데스밸리 계곡을 굽어볼 수 있는 단테스뷰. 단테의『신곡』에 나오는 지옥을 연상시킨다. ② 북미 최저지대, 해발 -85.5m인 배드워터 분지는 하얀 소금으로 덮여 있다. 염전 같다. ③ 퍼니스크릭에는 숙소·식당 등이 몰려 있다. 날지 못하는 새 ‘로드러너’가 관광객에게 다가왔다.
골드러시 시대에 찾아낸 죽음의 계곡


1849년 크리스마스 이브. 한 무리의 금광꾼이 마차 20대를 몰고 황무지에 들어섰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금광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중부로 가려면 시에라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지름길이랍시고 택한 길이 ‘죽음의 골짜기’였다. 수십 일을 유랑해도 계곡은 끝나지 않았다. 물과 식량도 다 떨어졌다. 하릴없이 마차를 부숴 땔감으로 썼고, 마차 끌던 소를 구워먹고 육포로 만들어 먹었다. 간신히 계곡을 빠져나간 뒤 그들은 외쳤다. “굿바이, 데스밸리.”

그때부터 계곡의 이름은 데스밸리가 됐다. 골드러시 이후에도 발길은 계속됐다. 금은 없었지만 붕사·활석 등 광물이 많아 광산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철로도 깔렸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1907년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광산업도 쇠락했다. 이때 광산업체가 주목한 게 관광업이었다. 작업장은 리조트와 관광형 목장으로 바뀌었다. 데스밸리는 33년 국립기념지로 지정됐고, 94년 캘리포니아 사막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데스밸리 남서쪽의 소도시 리지크레스트를 출발해 190번 도로를 타고 공원에 들어왔다. 길섶엔 키 작은 사막 식물, 정면에는 거대한 황토빛 산. 한참을 달려도 풍경은 그대로였다. 마차가 아니라 최신 4륜구동 자동차의 힘을 빌려도 데스밸리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국립공원 면적은 1만3400㎢로, 전라남도(1만2095㎢)보다 넓다. 이틀을 헤집고 다녀도 주요 포인트를 다 볼 수 없었다.

먼저 ‘단테스뷰(Dante’s view)’로 향했다.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지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해발 1700m 높이에 올라서니 데스밸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계곡 바닥은 희끗희끗했다. 수백만 년 전,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소금만 남은 흔적이다. 계곡 너머 파나민트 산맥은 봉우리마다 눈이 덮여 있었다. 금광꾼은 여기서 지옥을 봤을지 모르지만, 21세기 여행자는 우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가장 덥고 건조한 극한의 환경

북미 최저지대, 해수면 -85.5m인 ‘배드워터 분지’로 향했다. 금광꾼이 오아시스를 만났다며 반가워 했다가 소금물인 것을 알고 붙인 이름이다. 데스밸리의 극한 환경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데스밸리의 연간 강수량은 60㎜에 불과하다. 40개월 동안 비가 16㎜만 내린 적도 있다. 7~8월 최고 기온은 45도를 넘는다. 1913년에는 5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니 툭하면 자동차가 고장 나고 여행자는 탈수 증세로 쓰러진다. 여름에는 데스벨리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배드워터 분지에 난 1㎞ 길을 걸었다. 눈길을 걷는 듯했다. 소금 입자는 밀가루처럼 고왔고 결정은 눈처럼 예뻤다. 혀에 대보니 식용 소금보다 훨씬 짰다. 극도로 건조한 지역이라 염도가 보통 소금보다 4배 이상 높다.

190번 도로를 따라 북상했다. 길 왼편에 ‘악마의 골프코스’가 있었다. 진짜 골프장은 아니다. 악마가 아니고는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울퉁불퉁한 벌판이다. 다음 코스는 ‘아티스트 드라이브’. 건조한 황토색이 전부인 공원에서 화려한 색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일방통행의 도로가 9㎞ 이어지는데, 협곡의 단면이 초록·분홍·보라색 등으로 화려해 ‘아티스트의 팔레트’라 불리기도 한다.

핸들을 잡고 광활한 공원을 돌아다니는 게 슬슬 피곤했다. 걷고 싶었다. 마침 파크레인저(국립공원 직원)와 함께 ‘내추럴 브릿지’까지 걷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다국적 여행객 10여 명이 왕복 3㎞를 걸으며 지질 강의를 들었다. 협곡 안에 들어서니 자연이 만든 다리가 머리 위에 떠 있었고, 수억 년 전에 형성된 지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파크레인저 로잔 맥켄리(사진)는 “5억 년 전 지구의 기(氣)를 받고 싶은 사람은 돌을 쓰다듬어 보라”며 웃었다. 맥켄리는 설명하는 내내 숫자를 강조했다. 미국이 자연유산에 유독 애착을 갖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국의 역사는 고작 240년이지만, 미국인이 사는 땅은 수억 년 전 흔적이 똑똑히 보였다.

 
협곡 색이 화려한 ‘아티스트의 팔레트’.
사막·분화구 온갖 기이한 풍광


데스밸리를 흔히 사막이라 한다. 하나 대부분은 황무지 또는 암석 사막지대다. 중동이나 몽골의 모래사막 같은 사구(沙丘), 즉 ‘샌드 듄(Sand dune)’은 공원 면적의 1%에 불과하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메스키트 플랫(Mesquite flat) 샌드 듄’이다. 서쪽에 있는 코튼우드산(2729m)에서 날려온 모래가 쌓인 사구다.

극적인 풍광을 보고 싶어 해질 무렵 찾아갔다. 가장 높은 모래언덕까지 주차장에서 약 3.6㎞를 걸어가야 했다. 사막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발이 푹푹 빠져 체력 소모가 심했다. 웬만한 명당은 먼저 온 사람들이 차지했다. 발자국이 없는 곳을 찾아 허우적대며 한참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카메라 든 사람이 점으로 보였다. 출발지가 어디였는지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동물 발자국도 보였다. 사막여우 아니면 코요테가 지나간 흔적이다. 무서웠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하지만 사막이 선물한 풍광만큼은 압권이었다. 마침 해가 코튼우드산 뒤로 넘어가며 사막을 온갖 색으로 물들였다. 지구라는 별이 낯설게 느껴졌다. 한참을 모래 둔덕에 앉아 있었다.

소금 호수, 사막, 형형색색의 협곡…. 데스밸리의 기이한 풍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천 년 전 화산 폭발의 흔적을 보여주는 우베헤베 분화구가 있고, 바짝 마른 호수 위에서 움직이는 돌은 자연의 신비를 보여준다. 조약돌이 아니라 300㎏에 달하는 돌덩이가 움직인다. 최근에서야 신비가 풀렸다. 비가 내려 땅이 미끄러울 때 강한 바람이 불면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거란다.

데스밸리는 별 관측 명소이기도 하다. 오후 9시 숙소에서 나와 허허벌판으로 향했다. 머리에 두른 헤드 랜턴 외에는 아무 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차라리 보랏빛에 가까웠다. 별이 워낙 많아서였다. 북서쪽 하늘에 은하수가 또렷했다. 난생 처음 별똥별도 봤다. 그것도 세 개나. 별들은 끊임없이 반짝이며 소곤거렸다. 죽음의 계곡에서 맞은 밤은 그렇게 포근했다.

 
●여행정보=데스밸리 국립공원(nps.gov/deva) 입장료는 자동차 1대에 20달러다. 최대 7일 머물 수 있다. 인기 방문지인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전망대 보수작업 중이어서 오는 4월30일까지 진입이 통제됐다. 방문자센터·식당·숙소·주유소는 ‘퍼니스크릭’과 ‘스토브파이프 웰스’ 지역에 있다.

숙소는 캠핑장(1박 12달러)부터 최고급 ‘퍼니스크릭 인(1박 200~400달러)’까지 다양하다. 퍼니스크릭 인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연다. 리조트 홈페이지(furnacecreekresort.com)에서 예약하면 된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미국관광청(discoveramerica.co.kr), 캘리포니아관광청(visitcalifornia.co.kr) 홈페이지 참조.

데스밸리와 가까운 대도시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다. 유나이티드항공(united.com)이 인천∼샌프란시스코~라스베이거스 노선을 운행한다. 환승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한국사무소 02-751-0300.

렌터카는 알라모(alamo.co.kr)를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현지에서 직접 차를 고른다. 스탠더드 SUV 차량에 연료 1탱크, 보험 등이 포함된 골드패키지 1일 이용료 102달러.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어 통역 서비스도 해준다.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02-739-3110.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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