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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제3의 이정협 있다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끈질기고 단단한 팀으로 바꿔놓았다. 대한축구협회 상징인 호랑이 문양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0월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축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아시안컵에서 투혼의 준우승을 이끈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싸운 모습은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축구였다”고 말했다. 통역 이윤규씨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경기 후 수시로 TV 시청률을 체크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15.2%), 이라크와 4강전(25.3%), 호주와 결승전(35.9%)을 치르며 한국 경기 시청률은 꾸준히 올라갔다. 축구팬들은 ‘늪 축구’(한국만 만나면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다가 패한다), ‘다산 슈틸리케’(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과 비슷한 실용축구를 펼쳐서)란 별명을 붙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별명을 설명해주자 “난 환갑을 넘었다”고 활짝 웃은 뒤 “선수가 항상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겸손해했다. 

공격수 품귀 10명 뽑기도 힘들지만
제주 전훈 때 지켜본 2~3명 있어
선수들 내 요구 맞춰 끊임없이 훈련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축구 할 것
월드컵 예선까지 기술적 문제 보완
최종 목표는 FIFA랭킹 30위 진입



 -한국 감독이 지도자로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혔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9위다. 아시안컵에서 4강까지 5연승해서 랭킹이 많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30위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은 내 입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듣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난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말했고, 선수들이 잘 지켜줘 자랑스럽다.”



 -한국 감독 임기가 끝난 뒤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길 바라나.



 “선수 생각과 입장을 헤아리고 싶다. 한국에서 축구란 스포츠가 일상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좀 더 많이 화제가 됐으면 하는 게 큰 목표다. 사람들이 술이나 커피를 한잔 할 때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축구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한다. (격양된 목소리로) 축구경기를 중계하다가 편성 관계상 끊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다. 축구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손흥민(왼쪽)과 손을 맞잡은 슈틸리케 감독. [시드니=뉴시스]
 - 이정협(상주)이란 깜짝 스타가 나왔다.



 “이정협은 모든 지도자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유형의 선수다. 그는 항상 요구사항을 경기장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고 연구한다. 이정협이 좀 더 직선적인 플레이에 능해 박주영 대신 선발했다. 결승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정신력과 경기력은 최고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더 발전해야 한다. 22명 모두 이정협처럼 임하니 난 행복한 감독이다. 아시안컵에서 정성룡이 유일하게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표팀 훈련을 보면 정성룡이 넘버1 골키퍼라고 생각할 정도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게 가장 큰 성과다. 또 브라질 월드컵 후 구자철·김영권 등이 비난을 받았는데, 선수들이 팀으로 함께 극복해 나갔다.”



 -3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K리그에서 ‘제2의 이정협’이 나올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중 유심히 지켜본 2~3명이 있다. 이 자리에서 밝히면 상당히 부담을 안고 새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수비수 자원은 3배수를 뽑아놓고 봐도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훌륭한 자원들인데, 공격 쪽은 10명도 제대로 발탁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공격수 기근을 걱정했다.)



 -한국 선수들은 자세를 고쳐야 된다고 강조했는데.



 “조별리그 호주와 3차전을 앞두고 두려움을 갖기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점유율이 70%라 해도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렸다면 의미가 없다. 발 기술이 가장 떨어지는 골키퍼에게 백패스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승전 첫 실점 장면에서 무엇이 기억나나. 실점 42초 전 차두리가 스로인을 줬는데 손흥민이 컨트롤하다가 볼이 바깥으로 나갔다. 호주의 스로인을 가로챘는데 곽태휘가 골키퍼 김진현에게 백패스했고, 김진혁의 킥이 아웃됐다. 기술적 실수로 두 차례나 공을 잃어버렸다. 면밀히 분석해 고쳐 나가야 한다.”



 -한국 선수의 어떤 강점을 봤나.



 “충분히 규율도 잘 잡혀 있고, 교육도 잘 받았다. 하고자 하는 의지도 좋다. 단 공을 점유하고 있을 때 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1차 과제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다.



 “아시아 축구가 상향 평준화됐다. 한 경기도 쉽게 이긴 경기가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문전 쇄도 선수에게 찔러주는 크로스, 중원에서 양쪽 측면으로 벌릴 수 있는 40m~50m 롱패스의 정교함 등이 부족했다. 선수들이 매일매일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대표팀을 맡고 힘들었던 점은.



 “의견을 물으면, 서로 눈치를 보며 자기 생각을 확실히 이야기하는 선수가 없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해야 경기장에서 펼쳐낼 수 있다. 마지막 질문은 여기자에게 받겠다. 집에서도 최종 결정권을 아내가 갖고 있다(웃음).”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독이 생각하는 것을 선수가 실현해주면 가장 만족스럽다. 우리 선수들은 지시하면 긍정적 피드백을 항상 해 준다. 경기를 치를수록 TV 시청률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부임 초기 기자회견에서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싸운 모습은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축구였다고 생각한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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