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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전처 자녀 친부확인 소송 못 내"

A씨(83)는 2006년 남편과 사별한 뒤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남편이 전처와의 결혼 기간에 가진 아들 B씨(62)가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분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남편은 전처와 1955년 협의이혼하고 1년 뒤 A씨와 재혼했다. 53년에 태어난 B씨가 남편의 아들이란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남편 유산 놓고 상속 분쟁
대법 “친엄마만 자격” 판단
‘자식 아니다’소송 최근 급증

 하지만 상속 분쟁 과정에서 왠지 미심쩍었던 A씨는 B씨에 대한 유전자 감정을 했고 B씨의 아버지가 남편이 아닌 제3자라는 결과를 받았다. 결국 A씨는 ‘B씨가 남편의 친자식이 아님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친생부인(親生否認) 소송을 법원에 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A씨에게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지였다. 민법상 친생부인 소송은 ‘부(夫·남편) 또는 처(妻·아내)가 다른 일방 또는 자(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처에 생모가 아닌 재혼한 처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였다.



 1심은 “생모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을 담당한 수원지법 가사2부(부장 정승원)는 “재혼한 아내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혼한 아내는 남편 사망 후 자녀와 공동상속인이 되는 만큼 친생자(친자식)인지에 따라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 핵심 근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처럼 남편이 친생자 여부를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사망했고, 이후 공동상속인이 된 자녀가 새어머니를 상대로 법률상 아버지 재산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 재혼한 부인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게 하는 게 정의 관념에 맞다”고 말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고 재혼한 부인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법상 ‘자식이 아니다’고 부인할 권리는 원래 아버지에게만 있었다. 생모의 경우 부인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부부간 평등이 중요해지고 이혼·재혼 가정이 늘면서 아내에게도 소송을 낼 권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2005년 민법 개정을 통해 아내에게도 소송을 낼 권리가 주어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보면 아내에게 소송 자격을 준 것은 아내가 아이의 생부와 재혼할 때 법률상 아버지인 전남편이 자녀를 보복 감정으로 학대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법 조항 해석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혼·재혼 가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친생부인 소송은 2009년 186건에서 지난해 53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 소송은 통상 남편이 사망한 뒤 상속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상속권 여부를 규명하는 용도로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끊는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이라며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부부가 살아 있을 때 혈연관계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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