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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내 뼛조각, 멕시코 2만 실종자 원한 풀어줄까요

희생자 모라
다행일까요. 아들의 생사라도 알게 됐으니…. 아니면, 절망일까요. 다른 부모들은 자식의 생환을 기대라도 할 수 있는데 당신은 그럴 수 없으니….




[사건:텔링] “지방학생 차별 부당” 시위 나서자
마약단 보스 시장이 갱단에 넘겨
총 맞고 뜨거운 불 속에서 14시간
마약조직 결탁한 경찰은 수사 미적
전국적 시위 일자 연방검찰 나서
쓰레기 소각장 근처서 내 뼈 찾아
2006년 이후 실종자만 2만3000명
쉬쉬해왔던 문제 수면 위 떠올라
내가 진실 찾는 불쏘시개 됐으면

 지난해 9월 26일. 그날 이후 당신은 한숨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저와 친구들 42명이 사라진 날입니다. 당신은 콩밭에서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하셨습니다. 그런 삶은 당신 대에서 끊기길 바라셨습니다. 없는 살림에 7명의 동생들을 뒤로 하고 저만 대학에 갔습니다. 당신 눈엔 교사가 최고의 직업이었겠죠. 저는 당신의 바람대로 게레로주(州) 이괄라시(市)의 아요치나파 교육대에 들어갔습니다. 대학만 졸업하면 교사가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최근 정부가 법을 바꿨습니다. 시골 교대 출신은 임용에서 차별받도록. 이런 부당한 처우 개선을 위해 그날 우리는 교문 밖으로 나섰습니다.



 공권력은 심장이 없습니다. 맨몸으로 시위에 나온 우리를 향해 실탄을 쐈습니다. 복면을 쓴 괴한들까지 나타났습니다. 친구들 3명을 포함해 6명이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58명이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다행히 15명은 중간에 도망치고, 나머지 43명은 호송 차량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버스는 경찰서가 아니라 시골길로 향했습니다. 인적 드문 길에서 차가 멈춰섰습니다. 경찰이 “처리하라”며 우리를 갱단에 넘겼습니다. 갱단원들은 우리를 덤프트럭에 옮겨 싣고 이괄라 인근 코쿨라라는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구덩이에 우리를 쳐넣더니 무차별 총격을 가했습니다.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폐타이어가 얹어졌습니다. 그리고 붙은 불. 14시간 동안 타올랐습니다. 시신을 300℃ 이상의 열로 태우면 뼛속의 콜라겐이 훼손돼 유전자 식별이 어렵다고 합니다. 악은 치밀합니다. 그들은 불이 꺼지자 치아와 뼈 부스러기를 수습해 쓰레기 봉투에 담아 근처 강가에 버렸습니다. 주검으로라도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웠습니다.





 당신은 그러나, 강합니다. 죽음은 그렇게 묻히는가 싶었습니다. 멕시코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공식 실종자만 2만3271명입니다. 우리의 죽음은 그 숫자에 ‘43’을 더하는 것에 그칠 수 있었지만,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찾아내라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부패한 지방 경찰이 아니라 연방 검찰이 나섰습니다. 시 외곽에서 대형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총 28구의 시신이 나왔습니다. 유전자 대조작업이 진행됐지만, 이들 시신은 모두 우리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추가로 발견된 10여 개의 구덩이에서 40여 구의 시신이 더 나왔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아마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2만3000여 명의 실종자들 중 일부일 것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날,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 벨라스케스 이괄라 시장과 부인 마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피네다 비야 부부가 시위 현장 부근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부인 피네다가 연설하기로 돼 있었는데 시위 때문에 연설이 방해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는군요. 이에 아바르카 시장은 우리를 쫓아버리라고 경찰에 명령했고, 경찰은 자기네와 결탁한 갱단인 ‘게레로스 우니도스’에게 ‘처리’를 부탁했습니다. 갱단은 우리를 경쟁 갱단원들로 오해하고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시장 부부가 마약 조직과 연계돼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검찰 조사에서 피네다는 게레로스 우니도스의 실질적인 보스임이 밝혀졌습니다. 그의 부모와 오빠들 모두는 마약 조직과 연계돼 있었습니다.



 멕시코에서 마약은 최고의 사업입니다. 1970년대 미국이 콜롬비아 마약의 수송로인 카리브해를 차단하면서 육로 수송이 가능한 멕시코가 마약의 ‘실크로드’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미 마약단속국(DEA)이 펴낸 국가약물치료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헤로인의 절반을 생산합니다. 2008년 39%에서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멕시코 마약 조직 80여 곳이 한 해 마약으로 얻는 수익은 500억 달러(약 54조원)로 추정됩니다. 이런 돈으로 마약 조직은 정치인과 경찰을 매수합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마약 조직의 오른팔’입니다. 시장 부부 역시 마약 조직으로부터 2~3주마다 최대 22만 달러를 상납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이괄라는 아편의 집결지입니다. 태평양 연안의 관광도시인 아카풀코와 수도 멕시코시티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포함해 몇 개의 주요 도로가 연결돼 있습니다. 마약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요충지입니다. 이권을 놓고 마약 조직 간에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의 배후와는 별도로 우리를 찾는 작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헤수스 무리요 카람 연방검찰총장은 갱단 조직원들이 우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모두 불태웠다는 진술과 함께 증거를 확보했다고 지난해 11월 7일 발표했습니다. 수습한 뼛조각은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으로 보내졌습니다. 사체가 심하게 훼손돼 DNA 판별이 어려웠지만, 한 명의 유전자와 일치했습니다.



 알렉산데르 모라. 접니다.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자 카람 총장은 지난달 27일 “지난해 9월 실종된 43명의 학생은 이들을 경쟁 마약 조직원으로 오해한 갱단에 의해 전원 살해됐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끝난 걸까요. 당신들은 끝낼 수 없습니다. 사건을 서둘러 종결해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당신들은 2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본부를 찾았습니다. 강제실종위원회 회의에 참석, 사건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엄연히 공권력에 의해 납치·실종됐는데도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90여 명 가운데 강제실종 혐의를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멕시코 전역에서 그간 쉬쉬해 왔던 실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멕시코 인권위에 따르면, 실종자 2만3000여 명 중 621명만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실종자들을 파악하고 기록하는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데다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종, 은폐, 그리고 다시 실종….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제 뼛조각이 2만3000여 실종자 가족의 희망이 되길 당신은 바랄 겁니다. 당신은 이제, 모두의 아버지입니다.



고란 기자





◆사건:텔링=특정 사건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어보는 기사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시점에서 소설 형식으로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건인 경우 AP·AFP·NYT 등 주요 외신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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