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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무엇'보다 '어떻게'를 더 고민해야 할 때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이렇게 사내 기밀(?)을 누설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내가 속한 연구원은 연말정산을 다르게 했다. 국세청이 기업들에 권고하는 간이세액표에 나오는 것보다 매월 세금을 더 뗐다. 그래서 연말정산 때 덜 부담하도록 했다. 왜 그랬을까. 국세청 표대로 하면 연말에 엄청 정산할 것으로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란다. 임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질 게 자명했다는 거다. 하지만 매월 조금씩 더 떼면 별 표시도 안 나고, 연말정산도 어려움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경제학 박사들이 모인 집단의 얘기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고백하건대 난 매월 세금이 얼마인지 모른다. 매월 통장에 찍힌 돈이 지난해와 지난달보다 적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은 다르다. 환급받으면 공돈이 들어온 것 같아 기분 좋고, 추가로 더 내라고 하면 생돈 나가는 것 같아 언짢다.



 사내 기밀을 토로하면서까지 말하려고 하는 건 조삼모사(朝三暮四) 얘기다. 처음부터 많이 떼고 연말에 덜 내는 조사모삼(朝四暮三)을 했더라면 정산 파동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다. 이렇게 말하면 당장 비난이 쏟아지지 싶다. 조삼모사든 조사모삼이든 세금 액수는 똑같지 않으냐고. 맞는 얘기다. 냉정하게 따지면 그렇다. 하지만 더 냉정하게 보면 조삼모사가 국민에게 더 유리하다. 똑같은 세금을 내더라도 매월 많이 내는 것보다 적게 내는 게 더 낫다. 그 차액만큼 은행에 저금해도 이자가 더 붙는다.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것도 옳았다. 소득공제 방식보다 ‘부자 증세’ 취지에는 더 맞기 때문이다. 똑같은 금액을 공제받더라도 고소득층은 세율이 높아서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고소득층의 세금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늘어난 까닭이다.



 물론 다자녀 공제 등을 폐지한 건 잘못됐다. 그렇더라도 조삼모사와 세액공제는 누군가 해야 할 개혁이었다. 방향은 옳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정책도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제도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혁에서 내용과 방향 못지않게 ‘어떻게’가 중요한 까닭이다. 스포츠는 최선을 다하면 패배해도 아름답지만, 개혁은 최선을 다해도 실패하면 후유증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만일 세액공제와 조삼모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개혁이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무엇(what)을 담을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추진할지(How to)도 중요하다. 개혁은 사람의 의식과 행동양식을 바꾸고, 그렇게 되도록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거다. 요컨대 판을 바꾸는 일이다. 당연히 기존의 판에서 이익을 보던 사람들은 거세게 저항한다. 개혁의 성공 여부가 손해 보는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 강화니 공론화니 하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개혁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때론 조삼모사나 성동격서(聲東擊西) 같은 술수도 필요하다. 주고받기식 협상에도 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진행 중인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성의 확보다. 당연히 노동계는 반대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다. 이런 터에 왜 노동이 유연해져야 하는지, 나라 경제가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설명해봐야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주고받기’로 시작하는 게 옳았다. 노동계가 원하는 정년 연장을 매개로 삼아 이걸 주고, 대신 그들이 반대하는 유연성을 받는 협상을 벌였더라면 노동개혁은 지금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요즘 새누리당에서 제기하는 ‘복지 구조조정’론도 마찬가지다. 방향이야 백번 옳다. ‘선 구조조정, 후 증세’도 지당한 주장이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줬던 복지를 뺏는 일인데 쉬울 턱이 있나. 게다가 정부도 못하는데 하물며 국민의 표를 좇는 정치인들이 할 수 있을까란 불신도 깔려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서둘러 해야 할 일은 ‘어떻게’라는 액션 플랜의 마련이다. 말을 빙빙 돌려 그렇지,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계획 수립이 개혁의 성공 조건이란 의미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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