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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박정희 휘호가 이완구에게 묻는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 일천구백육십칠년 일월 십칠일 대통령 박정희.’



 서울 세종로의 정부서울청사 1층 벽면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다. 세로 4m, 가로 2m의 흰 대리석에 세로 음각으로 그의 친필이 힘차게 새겨져 있다. ‘조국 근대화’쯤까지 시선이 쫓아가면 늘 가슴이 뭉클해진다. 글쓴이의 비장한 심정이 전해져 온다. 박 전 대통령이 1975년에 만든 노래 ‘나의 조국’의 가사 ‘영광된 새 조국에 새 역사 창조하여 영원토록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세’가 떠오르기도 한다. 공무원이 아닌 내가 이런데, 사명감 있는 공직자들은 어떨까 싶다.



 그 뒤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었고, 오래전에 ‘근대화 완수’도 선언됐지만 이 휘호는 용케도 반세기 가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개발 독재 청산의 바람도 이 대리석을 비켜갔다.



 이 건물 9층엔 국무총리 집무실이 있다. 총리는 세종시 정부청사 집무실과 이곳을 오가며 일한다. 따라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서울청사 현관을 들어설 때마다 이 글을 보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하는 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에게 묻는다. ‘후손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그는 ‘나의 조국’ 노래가 만들어진 그해 행정고시에 합격해 중앙부처에서 일하다 경찰관이 돼 지방청장까지 지냈으며, 충남지사를 거쳐 현재는 3선 국회의원이다. 그동안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뚜렷한 공적은 없다.



 그를 떠올리면 서울의 최부유층이 산다는 아파트를 샀다가 수개월 만에 되팔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수도권의 땅을 샀는데 금세 값이 크게 올랐고 올해 서른넷인 차남에게 시세가 20억원이 넘는 그 땅을 물려줬다는 사실이 먼저 생각난다. ‘나의 후손들이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입신양명과 가산 증식을 위해 일하고 또 일했다’고 대답할 만한, 그간 여론과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한 다른 인물들과 별 차이가 없다.



 나흘 뒤 청문회에서 동료 의원들은 그에게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40년간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그것이 일을 신앙처럼 여기고 살아온 수많은 공무원과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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