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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3D 프린터로 신상품 쏘아주는 미디어? … BBC가 본 뉴스의 미래

영국 BBC는 지난달 28일 ‘뉴스의 미래’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10월 제임스 하딩 BBC 보도본부장은 시청자들이 미래에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2주일간 세미나를 하고, 각계 전문가의 조언을 얻고, 뉴스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석 달 만에 보고서를 냈다.

 내용도 그렇지만 형식 자체가 새롭다. 동영상을 포함한 웹문서를 동시 출판했다.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인기 있을 법한 영상문법을 따른다. 지난해 세계 언론을 달구었던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가 먹물 언론인을 설득하기 위한 논문 형식이었다면 BBC 미래 보고서는 일반 시청자를 유혹하기 위한 광고 카피 같다.

 보고서 전반부는 최근 언론계의 뜨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다. 만물이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시대에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란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묻는다. 거대 자료가 공개되고 기계학습을 동원한 분석이 일상화된 시대에 언론이 뭘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 17쪽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사진이 의미심장하다. 우주정거장에서 3D프린터로 공구와 부품을 전송받아 사용하는 우주인 사진이다. 미래 언론인은 뉴스에 신상품을 소개하면서 뉴스 이용자의 3D프린터에 신상품 모형을 쏘아줄지도 모른다.

 매체 기술의 혁신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과 파괴에서 ‘이야기’로 넘어가는 구성이 흥미롭다. BBC는 기술과 뉴스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이야기를 제시한다. 2027년이 되더라도 뉴스의 이야기 속성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뉴스는 언제까지나 새로운 사건, 타락한 권력자,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미래의 뉴스란 그런 이야기를 발견하고, 구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요즘 유행인 데이터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의 동영상은 스탠퍼드대의 필립스 교수를 인용해 데이터란 결국 이야기하는 방식을 돕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BBC의 뉴스 전략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BBC의 실험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를 쌓고 있다. BBC 실험은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내용을 포함한다. 이번에는 뉴스다. 이 보고서가 말하는 미래란 2017년으로부터 10년 후를 의미한다. 왜 2027년인가. BBC 칙허장이 2016년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뉴스의 미래’는 칙허장을 갱신하고 정부와 협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아이디어 목록을 제시한다. 수신료 납부자인 시민을 ‘뉴스의 미래’라는 이야기로 붙들어 두려 한다.

 또 하나의 의제가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하딩 보도본부장이 영국 언론계에서 이름을 얻은 까닭 중에는 파이낸셜타임스 재직 시절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 있다. BBC로 옮기면서 그는 국제 이용자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BBC 뉴스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몇 안 되는 영국산 내용인 것이다. ‘뉴스의 미래’에 숨겨진 포부는 아마 이것일 것이다. 기술을 주도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이고 정보산업을 이끄는 것은 미국 기업이지만 뉴스의 미래만큼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BBC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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