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고토 겐지는 이슬람의 친구였다

난민으로 몰린 어린이들의 아픔과 희망을 전세계에 전하겠다며 현장을 고집했던 일본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47).
그는 지난해 10월 시리아에 들어가기 직전 "내게 무슨 일이 있어도 시리아인에게 책임을 씌우지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모든 게 내 책임입니다"라고도 했다. 그처럼 그가 친구처럼 아끼던 그 땅 시리아에서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는 주검이 됐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1일 새벽 5시경 고토의 참수된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에 이어 고토마저 살해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번 IS의 일본인 인질극은 막을 내렸다.

고토의 죽음이 알려진 1일 아침 모친 이시도 준코(石堂順子·78)가 언론 앞에 섰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아들은 전쟁없는 세상을 꿈궜다. 아들은 분쟁과 가난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했다. 그 신념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또 이 슬픔이 증오의 사슬을 만드는 건 원하지 않는다."

고토는 명문사립 호세이(法政)대 재학 중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 1년간 연수를 가는 등 일찍이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히타치(日立) 그룹 자회사에 취직, 잠시 샐러리맨 생활을 했지만 저널리스트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대 중반 저널리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고토는 제작사 현장경험을 거쳐 1996년 '인디펜던트 프레스'란 독립 제작사를 설립했다. 이후 소형 카메라를 든 채 중동, 북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험지를 뛰어다녔다. 분쟁지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거나 소년병이 돼 전쟁터로 내몰린 아이들의 삶을 전하는 걸 숙명으로 여겼다. 유니세프 관련 일에도 발벗고 협력해 왔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 현장에 가려는 고토를 말리는 부인과 이혼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라크 전 취재 당시 대다수 서방언론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와 이를 기뻐하는 시민에 초점을 맞췄지만 고토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현지인들의 묘를 찾고 죽음의 공포에 떠는 시민에 다가갔다. 서방의 논리가 아닌 현장의 논리로 일관한 것이다.

3년 전에는 시리아 내전의 현장을 둘러보다 눈물을 벌컥 쏟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폭력과 빈곤에 시달리는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PC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만들자며 2000달러(약 220만원)를 기부하며 "내 이름은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슬람 세력들은 고토를 '이슬람의 친구'로 여겼다. 시리아 정부, 반 정부그룹 양쪽으로부터 취재 허가를 얻을 수 있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그가 거의 유일했다. 지난해 4월 시리아 반체제 그룹에 억류됐던 유카와를 직접 빼낼 수 있었던 것도 고토의 인류애적 활동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 이번에는 IS에 붙잡힌 유카와를 돕기 위해 그는 3년 전 재혼한 부인, 그리고 태어난 2주밖에 안 되는 둘째 딸을 뒤로하고 시리아로 향했다. 그가 IS에 억류된 사실이 공개된 후 이슬람 내에서도 "고토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인터넷 공간에서 고토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I AM KENJI' 운동에 이슬람권 시민까지 대대적으로 참여했다. IS 관계자 입을 통해 "아사드 정권이 IS를 폭격하는 와중에도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몇 번이나 취재한 고토의 이력을 아는 IS 대원들이 살해에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고토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1일 곳곳에서 고토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I AM KENJI'운동을 주도했던 니시마에 다쿠(西前拓)는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절망,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용감하게도 시리아 시민들의 고난을 외부 세계에 알려 왔다. 우리들 마음은 고토의 가족과 함께 한다"(미국 오바마 대통령), "야만스런 살해 행위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고토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