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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내 심장, 제발 사랑에 빠지지 말아줘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만한 애니메이션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 프랑스 뮤지컬 애니메이션 ‘쿠크하트:시계 심장을 가진 소년’(원제 Jack Et La Mecanique Du Coeur, 2월 12일 개봉, 스테판 벨라·마티아스 말지우 감독, 이하 ‘쿠크하트’)이다. 독특한 영상과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져 1시간 30분 동안 동화 속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황홀한 기분을 안긴다. 시계가 심장인 소년이 목숨을 걸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나는 새도 얼게 만드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어느 추운 겨울날, 한 아기가 태어난다. 심장이 유독 약해 목숨이 위태로운 아기에게 마술사 마들렌(바바라 스카프·목소리 출연)은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시계를 이식한다. 그리곤 아기의 이름을 잭(올랜도 실·목소리 출연)이라 짓는다. 시계가 심장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잭이 평생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다른 시계를 만지지 말 것. 둘째, 화를 내지 말 것. 가장 중요한 마지막 규칙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이 조항을 어길 경우, 시계 심장은 고장나 버린다. 마들렌의 손에서 건강하게 자란 잭은 심장이 다칠까봐 늘 집에서만 지낸다. 무료함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잭은 생일을 맞아 특별 허락을 받고 마을 구경에 나선다. 그리고 마을 어귀에서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녀 아카시아(사만다 바크스·목소리 출연)를 만난다. 아카시아에게 첫눈에 반한 잭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급기야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아카시아를 만나러 여행길에 오른다. 과연 그는 심장을 지키면서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

프랑스 애니메이션 ‘쿠크하트’에는 독특한 탄생 비화가 있다. 이 영화의 감독 마티아스 말지우는 1993년부터 활동한 프랑스 록 밴드 디오니소스의 리더다. 그는 2007년 ‘쿠크하트’의 원작인 동명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이야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같은 해 디오니소스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발표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뮤지컬영화의 기본 요소인 줄거리와 음악을 갖춘 셈이다. 노련한 영화 제작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루시’(2014, 뤽 베송 감독) ‘쓰리데이즈 투 킬’(2014, 맥지 감독) 등을 제작한 프랑스 제작자 비르지니 베송 실라는 말지우에게 소설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내 아이들이 디오니소스의 ‘쿠크하트’ 앨범을 1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들었다. 완벽한 음악을 갖춘 이 소설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에 매우 적합했다”고 실라는 말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스테판 벨라가 원작자 말지우를 도와 탄생한 애니메이션 ‘쿠크하트’는 판타지적 요소가 넘친다. 시계가 심장인 소년, 실로폰 척추를 지닌 할아버지,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소녀, 머리가 둘 달린 서커스원 등등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는 신비스런 매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쿠크하트’는 실사영화 못지 않은 섬세한 감정선을 이어간다. 각각의 캐릭터는 저마다 결핍이 있고, 이 때문에 관계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심장이 시계란 이유만으로 수년 동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잭이 그 예다. 약점을 보호해주기보다 외려 비난하는 사회의 모습은 냉혹한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 온 듯 사실적이다.

사랑에 대한 접근도 단순하지 않다. 잭은 아카시아에게 첫눈에 반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사랑에 눈먼 자가 얼마나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한데 그렇게 용감했던 잭은 막상 그녀 앞에서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눈을 호사스럽게 하는 영상도 큰 매력이다. 낭떠러지 끝에 간신히 붙어 있는 마들렌의 집, 유령이 출몰하는 유령 열차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는 팔다리에 비해 유난히 큰 머리를 지닌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의 대가 팀 버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LA 타임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말지우 감독은 대가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극 중 캐릭터의 눈동자는 실제 사람의 눈동자와 같이 섬세한 감정을 전달한다. 눈동자가 캐릭터의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데, 이는 연기하는 실제 배우의 눈을 직접 촬영한 자료에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입혀 완성한 것이다. “총 1270숏으로 구성된 장편영화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눈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 표현에 눈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에 품이 들더라도 눈동자를 사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지우 감독은 설명한다.

각 장면을 꾸미는 다채로운 음악은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한다. 잭이 태어나는 장면에서는 강한 비트감의 록이 흐르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카시아는 살사를 부른다. 잭의 원수 조가 구사하는 속사포 랩도 흥미롭다. 압권은 잭과 아카시아가 마을 광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부르는 발라드 듀엣 곡이다. 말지우 감독이 잭을, 사만다 바크스가 아카시아 역의 노래를 맡았다. 바크스는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2012, 톰 후퍼 감독)에서 에포닌을 연기해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둘은 감미로운 듀엣 발라드를 환상적으로 완성했다.


▶ ‘쿠크하트:시계 심장을 가진 소년’의 독특한 캐릭터




미혼모였던 그의 엄마는 잭을 낳고 홀연히 사라졌다. 시계 심장을 가진 잭은 마술사 마들렌의 집에서 자랐다. 약한 심장 때문에 매사에 조심하며 살았다.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카시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난다.


아카시아


아카시아
목소리가 아름다운 소녀. 근시가 심해 안경을 쓰지 않으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광장에서 만난 잭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광장에서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잭을 만났을 때는 그를 몰라본다.


멜리에스


멜리에스
기계 수리공이자 영화감독. 19세기에 활동한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잭에게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을 쟁취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마들렌


마들렌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마술사. 늘 청진기를 들고 다니며 잭의 시계 심장을 체크한다.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마들렌은 마음의 고통을 떨치기 위해 사람의 눈물을 마신다.





아카시아를 짝사랑하는 인물. 그에게 잭은 눈엣가시다. 시계 심장을 가졌단 이유로 잭을 못살게 군다.


안나&루나


안나&루나(오른쪽)
잭과 함께 사는 누나들. 매우 수다스럽지만, 잭을 살뜰히 보살피는 따뜻한 캐릭터다.


아더


아더
실로폰 척추를 지닌 할아버지. 직접 자신의 척추를 두드려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실직한 뒤 집에서 쫓겨나 잭의 가족과 함께 산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그는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달걀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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