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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카이’의 그림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조니 뎁(52)이 설 대목에 제대로 한탕을 벌인다. 그가 예술품 밀매업자인 찰리 모데카이로 변신한 범죄 코미디 ‘모데카이’(2월 18일 개봉, 데이비드 코엡 감독)가 설에 맞춰 한국 관객을 찾는다. 영국 귀족인 모데카이의 목표는 사라진 고야의 그림을 손에 넣어 파산을 모면하는 것이다. 그림 찾아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그를 미리 따라가봤다. 모데카이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본 ‘작전 노트’다.


1. 작전명 고야의 그림을 찾아라
스페인의 국민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명작 ‘웰링턴의 공작부인’이 사라졌다. 미술 수집가들이 침을 줄줄 흘린다는 전설의 그림이다. 고야가 18세기 말에 완성했으나 세상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미 전 세계 검은 손들이 앞다퉈 찾고 있는데, 마침 영국 국내 정보국(MI5)이 그림을 찾아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나는 천재니까). 게다가 정보국이 귀띔해주길 “그림 뒤에 수백만 달러가 들어 있는 나치의 비밀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는데, 그림을 손에 넣으면 계좌에서 돈을 빼돌려 산더미처럼 쌓인 빚을 청산할 수 있을 터. 서둘러야 한다.

여기서 잠깐, ‘웰링턴의 공작부인’은 18세기 말, 스페인 국왕인 찰스 4세의 의뢰를 받아 고야가 그린 그림. 웰링턴의 공작부인은 찰스 4세의 내연녀. 공공연히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화가 난 여왕이 그림을 없애려 하자, 고야는 그림을 훔쳐 숨겨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게 강탈당했다. 최근 공개를 앞두고 복원 작업을 벌이던 중 복원가가 살해되고, 그림은 사라졌다.

정보국 고위 관료 마트랜드

2.의뢰인 정보국 고위 관료 마트랜드
그림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건 MI5의 수사관 알리스테어 마트랜드(이완 맥그리거). 옥스포드 대학 동창이다. 이 녀석은 학창 시절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내 아내가 될 조한나(기네스 팰트로)를 사랑했다. 물론 조한나는 나를 선택했지만. 그런데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아내를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젊은 나이에 고위 관료가 됐으니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데, 어림도 없다.


3. 준비물

준비물 1. 하인 작 스트랩

3-1 하인 작 스트랩
그림도 찾고, 복원가를 살해한 일당도 쫓아야 하니 혼자 다닐 순 없는 법. 게다가 나는 귀족 아닌가. 품위에 맞게 하인 작 스트랩(폴 베타니)을 데려가자.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이 녀석은 제법 충직한 심복이다. 험상궂은 얼굴에 주먹도 쓸 줄 알아 보디가드로도 제격이다.

준비물 2. 콧수염 빛

3-2 콧수염 빗
콧수염은 영국 귀족으로서 갖춰야 할 자존심이자,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무기다. 두텁게 뻗어 나가다가 양끝이 약간 말려 올라가도록 매일 정돈해줘야 한다. 내 콧수염보다 더 멋진 콧수염을 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3-3 맞춤 정장 여러 벌
어딜 가든 옷을 갖춰 입지 않는 건 질색이다. 정장에 커프스 단추, 실크 넥타이, 양말까지 깔맞춤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자. 조끼와 멜빵, 지팡이도 꼭 챙겨야 함. 구두는 영국 명품 ‘처치스’만 신어야지. 너무 무거울까? 괜찮다. 작 스트랩이 들 거니까.

아내 조한나

4. 걸림돌 아내 조한나
유일한 걱정거리는 아내 조한나다. 우아하고 똑똑한 조한나는 영원히 변치않을 나의 사랑이다. 그런데 최근 사이가 좋지 않아 각방을 쓰는 중이다. 이게 다 콧수염 때문이다. 아내는 왜 이렇게 콧수염을 싫어할까. “당장 밀어버리지 않으면 동침은 없다”고 버티니 큰 일이다. 파산 직전의 재정 상태를 아내가 알아버린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미술품 밀매로 근근이 버텨왔으나 한계가 왔다. 이대로는 모데카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 저택까지 날아갈 판. 반드시 그림을 찾아야 한다!

5. 추적 일지

5-1 영국 런던 출발
의뢰를 받자마자 사라진 그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영국 최고의 미술품 밀매업자 스피노자(폴 화이트하우스)를 만났다. 그런데 그림을 노리는 또 다른 일당이 주변에 꼬이기 시작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 에밀(조니 파스볼스키)이다. 우리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오기 시작하는데….

5-2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에 그림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으나 주변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그림을 노리는 러시아 갑부 로마노프(율리히 톰센)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르다 간신히 탈출한다.

5-3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번엔 미국 갑부들이 말썽이다. 억만장자 밀튼 크램프(제프 골드블럼)와 그의 딸 조지나 크램프(올리비아 문)가 고야의 그림을 탐낸다. 특히 섹스 중독자이자 팜므 파탈인 조지나가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5-4 다시 영국 런던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그림을 노리는 라이벌들이 한데 모였다. 이곳에서 그림의 향방이 결정된다.


▶‘웰링턴의 공작부인’은 진짜 고야 그림일까

`모데카이` 속 그림 `웰링턴의 공작부인`


고야가 그린 `옷 입은 마하`


영화 속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웰링턴의 공작부인’은 진품인 듯 보이지만 가짜다.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이다. 화가 샐리 드레이가 제작진의 주문을 받고 고야의 스타일을 흉내내 완성했다. 참고한 그림은 고야의 작품 중 널리 알려진 ‘옷 입은 마하’(1803). 두 그림을 비교해보면, 한 여성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이 닮았다. 하지만 드레스 디자인이나 구두 색깔, 머리 모양 등이 조금씩 다르다.

흥미로운 건 고야의 진품 역시 영화 속 ‘웰링턴의 공작부인’만큼이나 사연이 많다는 것이다. 고야는 ‘옷 입은 마하’를 그리기 3년 전인 1800년 ‘옷 벗은 마하’를 먼저 그렸다. 스페인 통치의 실세였던 마누엘 고도이의 의뢰를 받고 그린 것인데, 당시 스페인은 공식적으로 누드화를 금지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그림은 공개되자마자 신성 모독 논란을 일으켰고, “마하에 옷을 입히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고야는 본래 그림을 수정하는 대신 ‘옷 입은 마하’를 새로 그렸다. 1813년엔 마하 연작이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종교 재판에서 압수당하기도 했다. 현재는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제작진이 콧수염을 30개나 준비한 까닭
찰리 모데카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남자다. 영국의 뼈대 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예술적 감각을 타고난 이 꼬장꼬장하고 고지식한 남자는 한편으론 뻔뻔한 사기꾼이자 능글맞은 한량이다. 파산 직전이지만 부를 과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허풍쟁이고,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하나 허당일 때가 더 많은 인물이다. 영국 신사로서 괜한 고집을 부릴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난 모험가다.

이쯤되면 다중 인격 환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남자를 배우 조니 뎁이 연기한다고 단서를 붙이면 어떨까. 모데카이라는 복잡한 캐릭터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 조니 뎁을 통해 비로소 현실감을 얻었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코엡(51) 감독은 “원작을 읽자마자 모데카이를 연기할 배우로 조니 뎁 외에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니는 치사하고 비겁하면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비상한 재능이 있다. 지난 20년간 그가 쌓아온 전매 특허”라고 덧붙였다.

코엡 감독의 말처럼 모데카이는 지금까지 조니 뎁이 구축해 온 캐릭터의 종합판이자 확장판이다. 조니 뎁은 ‘이상한 놈’의 대명사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론 레인저’ 등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사기치는 것도 불사하는 ‘안티 히어로’이자 한 켠엔 순정이 남아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늘 모험을 떠나지만 얼렁뚱땅 허술하게 행동하다 위기에 처하고, 실수를 연발하다 결국엔 기발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러니 조니 뎁이 모데카이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도 맡았다.


콧수염은 모데카이의 힘
조니 뎁을 모데카이로 변신시키는 신의 한 수는 콧수염이다. 가운데가 두텁고 양끝이 귀엽게 말아 올라간 콧수염은 모데카이의 캐릭터를 한눈에 보여준다. 콧수염은 가문의 상징이자 영국 귀족의 자존심이다. 반대로 그의 허풍과 허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고야의 그림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도는 모데카이는, 현지에서 만난 남자들과 마음속으로 콧수염 경쟁을 벌인다. 누구의 수염이 더 멋있는지 따지는 장면은 영화에서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보니 제작진은 콧수염 전문가를 자처했다. 모데카이에 어울리는 모양을 찾기 위해 대형 팔(八)자 수염부터 윤곽만 그린 이방 수염까지 다양한 콧수염을 수집해야 했다. 결정적인 아이디어는 조니 뎁으로부터 나왔다. 메이크업 디자이너 조엘 할로우는 “어느 날 조니가 냅킨에 본인이 생각한 콧수염을 그려서 보여줬다”며 “그걸 바탕으로 모데카이의 머리카락 색과 어울리는 갈색에 가까운 금발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니 뎁은 일주일에 1~2개의 콧수염을 소진했다. 모데카이가 극 중에서 콧수염을 자주 만지다 보니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수염 가닥이 떨어져나가 촬영 틈틈이 풀을 덧발라야 했다. ‘액션용 콧수염’도 따로 제작해 말을 타거나 검투 장면을 찍을 때 바꿔 달았다.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준비한 콧수염은 30여 개 버전에 달했다.


영국 고전 코미디+현대판 케이퍼무비
영화는 1970년대 영국에서 인기를 끈 키릴 본피그리올리(1928~85)의 코믹 스릴러 시리즈 『모데카이』 3부작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으나, 영국에선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는 작품이다. 어둡고 풍자적이며 지극히 영국적인 색채를 띤다. ‘모데카이’ 역시 원작의 분위기를 많이 참고해 고전적인 향기가 물씬 풍긴다. 1940~50년대의 복고풍 저택과 아름다운 명화, 히치콕 영화에 등장할 법한 고상한 의상이 영화 전편을 채운다.

모데카이의 하인, 작 스트랩을 연기한 폴 베타니(44)는 이 영화를 1950년대 영국 런던의 일링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던 범죄 액션영화에 비유했다. 당시 일링 스튜디오는 사회 풍자가 강한 블랙 코미디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우직한 하인과 이기적인 주인이 펼치는 콤비물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이다. 코믹 연기에 처음 도전한 폴 베타니는 “작 스트랩은 주인에게 늘 학대에 가까운 구박을 당하지만 주인을 위해 뭐든지 하는 인물이다. 모데카이가 실수를 연발하고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작 스트랩이 구해주는데 그 상황에서 웃음이 터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영화는 현대판 ‘케이퍼무비(범죄의 계획, 모의, 실행을 자세하게 그린 장르)’의 공식도 충실히 따른다.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과 함께 스펙터클한 액션이 런던, LA, 모스크바 등 세계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대규모 자동차 추격신, 검투 대결, 폭발 장면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데이비드 코엡 감독은 그동안 ‘쥬라기 공원’(1993,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미션 임파서블’(1996,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스파이더 맨’(2002, 샘 레이미 감독) ‘패닉 룸’(2002, 데이비드 핀처 감독) 등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써 온 할리우드의 유명 각본가다. 2008년 ‘고스트 타운’으로 감독 신고식을 치렀다. 최신작은 ‘프리미엄 러쉬’(2012). 뉴욕 도심을 브레이크 없이 누비는 자전거 배달부(조셉 고든 래빗)의 경쟁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코엡 감독은 “멋진 케이퍼무비를 만들고 싶었다”며 “어느 정도 복잡한 플롯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 재치 넘치는 코미디가 생동감 있게 어우러진 영화”라고 설명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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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