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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적당할 때 멈추면 행복한 이유

선택은 좋은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여러 대안 중 원하는 것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선택 행위는 우리에게 ‘매우 자유롭다’는 느낌을 준다. 반대로 우리는 뭔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마치 자유를 제한받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고를 수 있는 대안이 무한정 많은 상황은 늘 좋기만 한 것일까. 다음을 보자.

A. 6종류의 잼이 놓인 진열대
B. 24종류의 잼이 놓인 진열대

당신이 잼을 산다면, 6종류의 잼이 놓인 진열대(A)와 이보다 4배나 많은 24종류의 잼이 놓인 진열대(B) 중 어느 곳에서 잼을 고르겠는가. 이는 적당한 선택의 폭이 있는 경우(A)와 실제 필요한 수준보다 선택의 폭이 휠씬 넓은 경우(B) 중 사람들이 실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실제 242명을 관찰한 실험연구에 의하면 A진열대를 방문한 사람의 비율은 40%인 반면 B진열대 방문 비율은 60%로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진열대(B)를 조금 더 선호했다.

하지만 진열대 방문 후 실제 잼을 구매한 사람의 비율은 A진열대가 30%인 반면, B진열대는 단지 3%에 불과했다. 즉 사람들은 폭넓은 선택권이 있는 대안에 높은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실제 선택 행위 자체는 주저한 것이다. 우리 뇌는 필요 이상으로 선택 대안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이 망설임으로 이어져 결국 선택 행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많은 잼들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 잼이 맛이 없다면 “잼을 잘못 골랐어”라는 손실감을 느낀다. 반대로 잼이 맛있더라도 “그렇게 많은 종류의 잼 중에서 이 잼보다 더 맛있는 게 있을지 몰라”라는 후회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선택 대안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결정을 하기 어렵고, 결정 이후에도 만족감이 높지 않다. 다음을 보자.

A. 6가지 고급 초콜릿에서 한 가지를 선택
B. 30가지 고급 초콜릿에서 한 가지를 선택

당신은 A와 B 중 어느 상황을 선호하는가. 일반적으로 선택의 폭이 휠씬 넓은 B상황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 A상황에서 고른 초콜릿 맛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만족도)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6.25점이었다. 반면 선택의 폭이 넓은 B상황에서 고른 초콜릿 맛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만족도)는 5.5점으로 A상황보다 더 낮았다.

더욱이 실험을 마친 후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5달러와 초콜릿 상자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제시한 결과 A상황을 선택한 사람들의 47%가 다시 초콜릿을 선택한 반면, B상황을 선택한 사람들이 다시 초콜릿을 선택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감이 더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뇌는 어느 정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선택 대안이 제시될 경우, 오히려 선택 행위 자체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또 지나치게 많은 대안은 일일이 비교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혹시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이 선택 이후 만족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선택 대안의 존재가 오히려 만족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과잉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준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잉사회가 지속되는 한 역설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더 낮아진다. 적당할 때 멈추어야 행복하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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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