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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가에선] 프리미엄 김밥의 한계

“애들 건강 생각해서 과자나 음료수 모두 유기농만 먹이고 있는데요. 왜 아이가 간 검사 수치가 높죠?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닌데….”

필자의 비만클리닉에 고도비만인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그냥 먹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를 가공해서 만든 식품은 원 재료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 과자나 음료수의 경우, 단순당(單純糖)과 열량의 과다 섭취로 인해 아이들에게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비만에 따른 합병증인 지방간(脂肪肝)과 그로 인한 간(肝)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유기농 유정란, 유기농 채소나 과일 등으로 만들었다는 과자의 영양표시를 읽어보면, 유기농 과자 역시 포화지방·당분 함량이 적지 않은 비싼 과자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유기농 음료수 역시 유기농 과일이나 채소를 원재료로 한다 해도 거기에 액상과당이나 각종 첨가당을 추가한다면 설탕덩어리 음료수가 돼 버린다.

웰빙의 단계를 지나 프리미엄(premium) 웰빙의 바람이 부는 요즘 필자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일명 프리미엄 김밥이다. 뷔페식당을 가도 김밥을 꼭 챙겨 먹을 정도로 김밥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기에 매우 반가운 메뉴였다.

일러스트 강일구
필자가 과거에 다녔던 기존 김밥 집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몇 가지 중 하나는 과(過)한 양념으로 인한 자극적인 달고 짠맛이었다. 뜨거운 밥을 비닐에 넣어 그대로 전기밥솥에 올려놓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비닐 등에서 내분비계 장애 물질인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산패(酸敗)되기 쉬운 참기름을 공기 중에 방치한 채, 세척하지 않은 솔로 계속 김밥 위에 참기름을 묻히는 것도 걱정거리였다.

프리미엄 웰빙을 표방하는 김밥 집들은 과연 어떤 점이 다를까 내심 큰 기대를 했다. 밥을 비닐에 싸서 보관하진 않았고 왠지 꺼림칙한 각종 첨가물이나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높이 살 만했다. 흰쌀 대신 잡곡을 사용하는 참신한 시도를 하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밥이 갖고 있는 일반적 한계인 참기름, 간장과 설탕에 절인 속 재료의 달고 짠맛은 그리 개선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심지어 속 재료에 튀김이나 열량이 높은 식품들까지 들어가 있어 ‘재료만 웰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김밥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오묘한 맛이 나는 절인 식재료 대신, 인공적인 맛을 가하지 않은 생채소 재료들과 담백한 단백질 식재료를 잘 배합해 한 끼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제공하는 영양식 김밥이 신(新)메뉴로 출시되길 기대해 본다.

소위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나 가공식품들이 진정한 건강식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고가의 원료를 핑계로 값만 높일 것이 아니라, 각 재료가 지닌 영양학적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맛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급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선량한 원재료의 사악한 변신을 막기 위해선 ‘3무(無)’‘5무’‘천연’‘유기농’과 같은 문구에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또 가공돼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가공식품)의 라벨에 쓰인 영양표시를 반드시 읽고 그 영양적 가치를 꼭 따져본 뒤 구입하길 당부한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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