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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경제개혁, 법치 … 시진핑의 한 판 바둑이 시작됐다

궁커 난카이대 총장은 “시진핑 주석이 국가 개조를 위한 치밀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다. 한우덕 기자
오늘의 중국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시·진·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광범위한 개혁이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개혁이 어느 정도 넓게, 얼마만큼 깊게 이뤄질지에 따라 중국의 모습은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의 수(手)를 읽는 게 중국을 읽는 첩경이라는 뜻이다.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의 궁커(龔克) 총장은 “시 주석이 한판 바둑을 두고 있다”며 “전면적 심화 개혁, 반(反)부패, 법치 등의 개혁안을 한 바둑판 위에 모두 올려놓고 행마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개조를 위한 치밀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궁 총장은 학계에서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교육계를 대표하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모두 166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그를 만나 중국을 물었다.

-중국의 지식인으로서 시 주석의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는 지금 경제 심화 개혁,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 반(反)부패 드라이브 등의 개혁안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따로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 경제 개혁의 핵심은 정부와 시장(市場)의 관계에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법치가 이뤄져야 한다. 부패가 성행한다면 시장이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니 법치를 강조하고 반부패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치밀한 행마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바뀔 것이다.”

-반부패 투쟁은 어느 정도 계속되겠는가.
“시 주석은 ‘부패가 있는 한 반부패도 있을 것(有腐, 就反)’이라고 했다.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다. 관리들이 부패를 저지르지 않도록(不敢腐) 교육하고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패를 저지를 수 없도록 하고(不能腐), 결국은 부패를 생각조차 못하는 단계(不想腐)에 이를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당 관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대중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당의 집권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 주석의 생각이다.”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신(新)실크로드’ 전략이 시선을 끌고 있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아시아-유럽을 연결했던 고대 교역 루트를 현대에 되살리자는 취지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닿는 실크로드와 중국 남부에서 출발해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가 그것이다. 두 루트의 주변 국가들을 자유무역권으로 묶고 해당 지역 저개발 국가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지원하게 된다. 60여 개 국가가 대상이다. 기독교·이슬람·불교 등 사상과 이념이 다른 국가들을 선으로 연결시키게 된다. 시진핑 외교의 ‘혁신’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맞서겠다는 정치적 뜻도 담겨 있지 않은가.
“중국은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 미국 국채는 경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불안정하고 높지도 않다.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쓸 필요가 있다. 앞으로 많은 돈이 신실크로드 주변 국가의 SOC 투자사업 등에 쓰일 것으로 본다.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옳지 않다. 경제적 상호 이익을 노릴 뿐 정치적 영향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마셜 플랜과는 다르다. 주변국과 서로 발전하는 틀을 만들자는 취지다.”

-한국 역시 중국의 주변국 중 하나다. 주변국 외교는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느냐.
“시진핑 외교의 가장 큰 특색 중 하나가 바로 ‘주변국 외교’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외교 부문 관계자들을 대거 베이징으로 불러 ‘친(親·친하게), 성(誠·성심껏), 혜(惠·서로 혜택), 용(容·포용)’이라는 주변국 외교 방침을 발표했다. 주변국 대사관의 현지 보고와 학자들의 견해를 기초로 만든 정책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단극(單極)체제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미국 한 나라가 세계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다극화 구도’와 ‘주변국 외교’가 중국 외교 전략의 큰 그림이다.”

-이웃 국가들은 중국이 너무 강해지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해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전쟁을 통해 혁명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중국과 베트남은 지금 일부 사안에 대해 충돌하고 있다. 그렇다고 베트남의 발전을 억제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많은 중국 기업이 싼 임금을 노리고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개혁이 추진되나.
“마오쩌둥 시절 교육은 정치를 위해 존재했다. 계급투쟁을 가르쳤다. 덩샤오핑 시대의 교육은 현대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짜였다.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리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교육의 중심은 사람(人)이 돼야 한다. 학생을 교양을 갖춘 인물로 배양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람을 사회 발전의 ‘도구’가 아닌 자기 발전의 주체로 키워야 한다. 지금 중국의 교육은 그게 약한 게 사실이다. 그걸 바꿔야 한다.”

-바뀌고 있는가.
“진행 중이다. 시진핑-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장 이후 추진된 ‘젠정팡취안(簡政放權·행정 간소화와 행정권 이양)’으로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이 크게 줄었다.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기 위한 고등교육법 수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이공계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에는 정치학, 철학 등 인문·사회 계열 졸업생이 많은데 어떤 의미인가.
“정부의 기능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오 시대의 정부는 계급투쟁에 주력했기에 혁명가가 필요했다. 경제 건설에 역점을 둔 덩샤오핑 시대에는 이공계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가 많았다. 이제는 거시적 차원의 사회 관리, 법제 등이 중요한 시대다. 당연히 인문·사회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난카이대는 어떤 인재를 배출하는가.
“교육 이념이 ‘윤공윤능(允公允能) 일신월이(日新月異)’다. 도덕성(公)과 능력(能)을 겸비한 인재, 부단히 새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인재를 키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환경을 흡수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궁커(龔克) 난카이(南開)대 총장 과학자이자 교육가다. 1955년 출생. 칭화대 교수와 당 선전부 부부장과 중앙당교부교장을 지낸 궁위즈(龔育之·1929~ 2007)가 그의 부친이다. 82년 베이징이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러시아 우주항공과학원 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칭화대 교수, 부총장을 역임했다. 2006년 톈진대 총장을 거쳐 2011년 난카이대 총장에 임명됐다. 100여 편의 과학 관련 논문이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과학 분야 자문위원. 2012년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당선됐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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