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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프랑스 귀족 저택 들어서니 드레스 입은 내 모습 떠올라

프랑스 파리는 ‘100년이 하루 같은 도시’라 불립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치 않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죠.유행과 낭만, 예술이 가득 어우러진 파리의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워요. 40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려한 귀족 저택을 가득 메운 예술품들은 파리를 패션과 명품 브랜드의 도시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소중은 장식예술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유물이 가득한 ‘파리, 일상의 유혹’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소중 독자 송준휘양이 동갑내기 친구들과 18세기 귀족의 저택을 방문했습니다.



[체험평가단이 간다] 파리, 일상의 유혹

소중 독자들이 여인들을 위한 공간인 ‘부두아’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5명의 여학생이 나타났다. 곧 전학을 가느라 뿔뿔이 흩어지게 될 송준휘양과 친구들이다. 동갑내기 5총사는 마지막 추억을 함께 쌓고 싶다며 소중 체험평가단에 지원했다. 이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18세기 프랑스에서도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파리 귀족 저택으로 향했다.



전시 공간의 모습은 매우 독특했다. 디자인미술관 내부 1000㎡가 넘는 공간에 귀족 저택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저택의 정문처럼 생긴 입구를 지나자 ‘베스티뷜’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현관에 해당하는 공간이 나타났다. 베스티뷜 너머로 침실과 살롱, 서재, 부두아(안방), 드레스룸(옷방) 등 저택 내부 공간이 320점의 유물과 함께 완벽한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진짜 저택 안에 들어온 느낌이죠? 각 방에는 당시 프랑스 귀족들이 사용하던 유물로 가득하답니다. 귀족의 생활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죠.”



조은일 학예사가 체험평가단을 안내하며 설명했다. 전시 공간에는 ‘피리어드 룸’이라는 연출 방법이 사용됐다. 과거의 생활 공간을 재현한 쇼윈도에 유물을 전시해 각 유물의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작품으로만 취급하며 구경하던 기존의 전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400년 전으로 돌아간 이들은 파리 귀족 저택에서의 하루를 따라 관람을 시작했다.



집 주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침실의 모습.


아침 Le Matin



너도밤나무와 가죽으로 장식된 머리손질용 안락의자.
18세기 귀족 저택의 하루는 아침 7시 전후에 시작된다. 저택의 주인과 안주인이 잠에서 깨면 하인은 침대의 커튼을 열고 그들에게 아침용 가운과 ‘뮬’이라 불리는 실내용 슬리퍼를 가져다 준다. 기상 후 침대에서 나온 귀족들이 하게 되는 첫 번째 활동은 침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평가단은 침실 피리어드 룸으로 향했다. 꽃무늬 장식이 수놓인 침대가 침실 한 가운데 놓여 있었다. 음식은 거울이 달린 작은 화장용 테이블이나 다른 보조 가구 위에 차려진다. 보통 고기와 야채가 곁들여진 수프를 아침으로 먹었는데, 양쪽에 손잡이 장식이 된 그릇에 담겨 차려진다. “당시에는 커피나 초콜릿 차가 유행했어요. 수프 옆에는 이런 음료가 담긴 찻잔이 함께 준비됐죠.”



귀족의 침실은 최신 유행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벽에는 조각으로 장식된 ‘랑브리’를 붙이거나 화려한 문양이 수놓아진 직물 벽지를 바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상 후 몸 단장을 끝낸 귀족들은 아침부터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고, 비서를 불러 그 날의 할 일에 대해 지시하기도 했다.



용변을 볼 때 사용했던 실내용 비데.
침실 옆에는 ‘가르드 로브’라 불리는 방이 있었다. 여기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곳이다. 주로 커다란 장롱이나 보관함을 놓고 드레스·예복을 보관했다. 평가단은 수상하게 생긴 작은 나무 의자를 유심히 쳐다봤다. 조 학예사가 웃으며 말했다.



“귀족들이 사용하던 변기입니다. 여성을 위한 위생 도구를 상징하는 ‘비데’라는 것이죠.”



저택에 용변용으로 따로 마련된 작은 공간이 없는 경우, 용변용 의자나 비데와 같은 가구를 이곳에 놓고 볼일을 봤던 것이다. 비데는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작은 변기를 의자 형태의 목조 가구에 설치하고 그 위에 덮개를 씌우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여느 의자와는 달리 등받이 부분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고 걸터앉는 구조다. 등받이의 윗부분에는 향수 등의 화장 도구를 넣을 수 있는 칸이 설치됐다. 비데를 덮는 뚜껑의 소재는 가죽인데, 가죽 소재가 천 소재보다 세척이 쉽고 위생적이었기 때문이다.



점심 L’apres-diner



음식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식당전경.


평가단은 식당 피리어드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18세기 귀족 저택에서 처음 등장한 공간이다. 그 전까지 프랑스 사람들은 ‘앙티샹브르’라 불리는 대기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식사를 했다. 귀족들에 의해 식당이 저택 내부에서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장식과 가구 배치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바닥에 바둑판 무늬의 타일을 붙여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고, 벽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나 사냥과 관련된 주제를 담고 있는 회화·조각으로 장식했다.



“귀족들은 12시 전후로 식사를 하는 평민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점심 식사를 했어요. 이 점심을 ‘디네’라고 불렀죠.”



영어의 디너(Dinner)가 여기서 유래됐는데, 보통 저녁 식사나 잘 차려진 만찬을 의미하는 것을 볼 때 영어로 옮겨 오며 의미가 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귀족의 점심은 화려했다. 식사 전에는 방 안에 마련된 대리석이나 도자기, 구리 재질로 만들어진 작은 분수대에서 손을 씻었고 음료가 담긴 병과 잔은 ‘라프레쉬수아’라는 냉장용 테이블에 놓은 후 하인들에게 요청해 받아 마셨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서재나 부두아에서 각자의 여가를 즐겼다. 남성들은 침실과 가까운 곳에 서재를 마련해 두고, 등받이가 둥글고 편안한 안장이 구비된 사무용 의자에 앉아 업무용 서신이나 사적인 편지를 작성했다. 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인테리어에 가장 신경을 쓴 공간이다. 평가단은 서재 내부에 놓인 의자와 망원경을 둘러봤다.



서재 옆의 부두아는 일종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주인이 휴식을 취하거나, 친한 친구들을 불러 놀던 지극히 사적인 장소다. 여인을 위한 공간이었던 만큼, 여기 비치된 의자는 기능성보다는 편안함을 중요하게 고려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바느질과 같은 취미 생활을 하거나 다른 귀족 남성과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작은 집필용 탁자도 놓여 있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글을 쓰는 집필활동에 몰두했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다. “집필 활동에 몰두했던 귀족 남성과 여성들은 스스로가 당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유행처럼 회고록 집필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저녁 Le soir



‘카바뇰 게임’ 도구가 올려진 게임용 테이블.


귀족들의 저녁은 좀 더 특별했다. ‘프티 살롱’과 ‘살롱 드 콩파니’라 이름 붙여진 전시 공간으로 향한 평가단은 카드 등의 다양한 게임 도구를 볼 수 있었다.



“1730년대부터는 저녁 식사 자리가 귀족 사교 모임의 장으로 활용됐어요. 식사를 마친 귀족들은 카드놀이를 즐기곤 했죠.”



당시 가장 유행했던 게임은 오늘날의 카드 게임과 비슷했다. 카드의 모양으로 승패를 가리며, 비싼 은 조각을 내기로 거는 도박의 형태로 게임이 이뤄졌다. 오락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게임 문화가 확산되며 그에 맞는 기능성 가구들도 등장했다. 사각·삼각·원형 테이블 등 게임 방식에 최적화된 가구들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부아이예즈’라는 이름을 가진 의자가 대표적이다. 주로 남성들이 즐겨 앉았던 의자로, 등받이 부분에 팔을 올리고 앉아 게임을 즐겼다. 여성들은 의자에 걸터앉는 자세가 정숙하지 못하다는 인식 때문에 옆으로 기대 앉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또 게임이 길어지게 되면 손님들을 위해 술이나 음료가 제공됐다.



화려한 드레스를 갖춰 입고 춤을 추는 파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저녁 무렵 외부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공간인 살롱 드 콩파니는 저택의 꽃이라 불린다. 조각한 나무에 도금을 해 장식성을 드높인 부아즈리 장식이나, 도자기·청동상과 같은 화려한 예술품들이 저택을 꾸몄다. “저택 내부에서 가장 넓은 공간입니다. 저녁 시간 내내 다양한 게임·무도회·음악회 등의 사교 행사가 열렸어요.”



이처럼 귀족 계급에게만 허락됐던 화려한 주거 공간은 지금도 많은 예술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다. 평가단은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관람을 마쳤다.







소중 체험평가단의 전시 관람평



송준휘 파리 귀족 저택의 화려함 보고 나니 왕이 살던 궁전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오승연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기뻤다. 파리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보다 키가 작았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강다현 가르드 로브에 전시된 드레스를 보니 입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다희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저택에 살던 귀족들이 부러웠다.

박혜정 귀족들이 살던 저택을 공간별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글=김록환 기자 ,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 동행취재=송준휘·오승연·강다현·강다희·박혜정(성남 하탑초 3)







파리, 일상의 유혹



기간 3월 29일까지

장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중·고등학생 1만1000원, 초등학생 9000원

문의 02-584-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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