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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뿌리면 조합장 당선" … 10억 예산·인사권 '농어촌 권력'

지난 23일 경남의 한 축협 조합장 출마예정자가 현직 조합장에게 “후보로 나오지 말라”며 준 돈 봉투. 1만원권 3000장과 5만원권 400장 등 5000만원이 들어 있다. [사진 창원지검 통영지청]

충남 논산시 N농협 앞에 `돈 받은 조합원은 31일까지 자수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9일 오후 충남 논산시 N농협 앞. ‘금품 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자수할 경우 최대한 선처해 드리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충남도선거관리위가 내건 것으로 ‘1월 31일’이라는 자수 시한까지 박혀 있다. 플래카드는 지난 22일 구속된 김모(56·여)씨 사건과 관련해 걸렸다. 김씨는 3월 11일 선거에서 지역 농협조합장에 출마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조합원과 그 가족·지인 150여 명에게 1인당 20만~1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선관위가 자수 권유에 나섰다. 선관위는 자수 시한을 넘길 경우 받은 돈의 10~50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자수하면 과태료가 없다고 회유도 한다.

 30일까지 약 50명이 자수하고 돈을 반납했다. 자수한 주민 최모(72)씨는 “50배를 물면 집안이 망할 것 같아 왔다”고 했다. 최씨는 100만원을 받았다. 논산시선관위 이성순 지도홍보계장은 “김씨의 최측근이 ‘500~600명에게 6억원 정도를 뿌리면 조합장에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정보가 있어 더 뿌린 돈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현직 조합장 이모(59)씨가 연임을 노리고 굴비세트를 돌렸다가 전주지검에 구속됐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조합원 328명에게 택배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 굴비세트를 전했다. 전체 시가는 약 1500만원에 이른다. 소문을 들은 주민 제보로 선관위가 나서 올 초 적발됐다.


 올해 처음 치러지는 전국 농협·수협·축협과 산림조합 조합장 동시선거 실태가 이렇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다음달 26일부터 선거 전날인 3월 10일까지다. 하지만 출마예정자들은 진작부터 움직이며 돈을 뿌리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이 129건이다. 이 중 22건은 사법기관에 고발, 5건은 수사 의뢰했고 102건은 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

 식사를 얻어먹었다가 과태료 폭탄을 맞은 조합원도 있다. 경기도 G축협 조합원 네 명은 지난해 말 입후보예정자로부터 1인당 4만4000원의 술과 고기를 대접받고 이달 중순 선관위로부터 과태료로 그 30배인 1인당 132만원을 부과받았다.

 농·수·축협과 산림조합은 원래 전국 동시가 아니라 조합별로 서로 다른 시기에 선거를 치렀다. 관리는 각 시·군·구 선관위가 했다. 하지만 소규모로, 아는 얼굴들끼리 치르는 선거라 부정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부터 1328개 조합이 동시에 선거를 치르면서 중앙선관위가 관리하기로 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한 조치였다.

중앙선관위와 농협중앙회는 불법선거에 대해 최고 1억원 포상금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을 뿌리는 이유는 임기 4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누릴 수 있어서다. 조합장이 직원 인사권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연봉은 1억원 안팎에 이른다. 연간 10억원가량인 ‘교육 지원 사업비’ 역시 실질적으로 조합장이 어디에 쓸지 좌우한다. 사용처는 홍보활동비, 경조사비, 조합원 선물비, 단합대회 개최비 등이다. 때론 이권 개입 비리가 터진다. J수협 김모(57) 조합장은 조합 건물 리모델링 공사 등에 개입해 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민수 회원지원실장은 “돈으로 당선되면 조합을 운영할 때 조합원 이익보다 뿌린 돈을 회수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된다”면서 “이런 사실을 농·수·축협 조합원 스스로 깨닫고 깨끗하게 조합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성욱(팀장)·최경호·신진호·임명수·김윤호·김기환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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