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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한 행동을 이해하려면 통계를 봐야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
남북관계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도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함을 내비쳤다. 그리고 지난 24일 북한 노동신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주장했으며 26일에도 5·24 조치를 해제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한 것처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25일에는 국방위 성명에서 자신들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시대적 과제이며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날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도전하면 “단호한 응징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항상 그렇듯 말은 혼란스럽지만 이전에 비해 방점은 분명히 “관계 개선”에 있다. 이러한 의도는 말이 아니라 북한의 행동을 추적하면 한결 명확해진다. 지난해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이슈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10월에는 실세 3인방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을 계기로 남한을 전격 방문했으며 11월에는 최용해 등 특사단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왜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을까? 일본·러시아·한국을 연쇄 접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북한이 수출하는 지하자원의 가격에 있다.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는 무연탄·철광 등 지하자원은 북한 수출의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 북한의 무연탄 수출액은 1조5000억원(이하 남한 가격)가량이었다. 그런데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호주산 석탄 가격은 2011년 t당 121달러를 정점으로 2014년 12월에는 62달러까지 떨어졌다. 즉 북한이 2011년과 동일한 물량의 무연탄을 수출하더라도 외화 수입은 절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자원의 수출 물량까지 줄어들 추세다. 중국 건설 경기의 침체는 철강 제품의 수요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북한산 무연탄 수입의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의 단가 역시 하락했지만 이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무상이나 차관 형태로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이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그리고 북한은 지하자원 수출액 감소를 의류 임가공으로 만회하려 하지만 전자에 비해 후자의 마진은 훨씬 낮다.

 무역은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에 지급되는 외화는 1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중국·러시아·중동 등에 보낸 7만 명가량의 근로자를 통해 북한 정권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러시아 극동지역 파견 근로자가 북한 정권에 바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최대 2000억원 정도다. 그리고 마약이나 위조지폐 수입은 수백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 모든 수입원이 지하자원 수출액에 비하면 왜소한 편이다. 이와 같이 북한이 무역을 통해 생존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이제는 세계시장 가격이 북한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더욱이 외화수입은 북한 정권의 권력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 통치력이 훼손됨을 의미한다.

 지하자원을 팔아서 로또 같은 돈을 벌기 시작했던 2010년, 북한은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했다. 그리고 지하자원 수출의 황금기 동안 쌓인 외화를 믿고 기고만장한 북한은 2013년 초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러한 도발은 급증한 외화수입으로 인한 대외적 자신감의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14년 들어 지하자원 수출로 번 외화수입은 크게 감소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마식령스키장과 같은 전시용 사업에 낭비한 차에 갑자기 쪼그라든 살림살이는 개방경제 운용에 초보인 북한 정권을 당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를 메꾸고자 북한은 일본·러시아와 접촉했으나 그 한계가 분명해지자 이제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는 제재를 지속하고 북한을 더 압박할 호기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지하자원 가격이 북한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지만 중국이 있는 한 제재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만약 더 궁해지면 북한은 중국에 무엇이라도 팔아서 외화를 벌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압박은 북한을 더욱 중국 의존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통일에 역효과를 미칠 수 있다.

 북한의 의도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통계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회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북한 경제의 구조를 꿰뚫어 보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변혁적인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개방한 무역이 그 정권의 본심뿐만 아니라 우리 대북정책의 통로도 보여주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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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