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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별 볼 일 있는 날] 선과 악 모두 거머쥔 사내 … 김래원

드라마 `펀치`의 김래원. [사진 SBS]


화제의 드라마 ‘추적자’ ‘황금의 제국’으로 권력의 탐욕스런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박경수 작가. 이제 그의 드라마는 하나의 브랜드다. 신작인 ‘펀치’(SBS) 역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더욱 매서운 펀치로 검찰권력을 정조준한다.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청와대, 검찰총장의 형인 기업 회장으로 이어지는 비리의 커넥션, 그 과정에서 욕망을 위해 질주하는 군상들에 대한 묘사가 리얼하다.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랐고, 특히 젊은층의 지지가 뜨겁다. 정치인 딸의 교수 임용에서 ‘땅콩 회항’ ‘BBK 동영상’ 등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의 배치도 절묘하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전개에 배우들의 호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노회한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학처럼 고고하지만 알고 보면 비리의 핵인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그들의 하수인이자 야망의 화신인 검사 조강재(박혁권) 등이다. 특히 이태준의 끄나풀이었다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이들과 대립하는 박정환 검사 역의 김래원(35)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씻고 모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때마침 개봉한 영화 ‘강남 1970’ 건달 백용기 역으로도 주목받는 그다. 두 작품 모두에서 선악이 혼재된 고전적 남성상을 연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도 나온다.



 2012년 ‘추적자’는 유력 대선 후보의 아내가 저지른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형사(손현주)가 사건을 은폐하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 2013년 ‘황금의 제국’은 부동산 개발기 부를 축적한 재벌가의 암투, 그리고 그들의 전쟁에 끼어들었다가 자멸하는 남자(고수)를 다뤘다. ‘펀치’는 양심적인 동료 검사인 아내 신하경(김아중)과 이혼까지 불사하며 ‘검찰총장 만들기’에 나섰던 야심가 김래원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드라마평론가 황진미의 말대로 “‘추적자’가 소시민 아버지의 복수극이라는 단순 선악 대결, ‘황금의 제국’이 악들의 무한대결을 보여줬다”면 ‘펀치’는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고, 선악이 뒤엉킨 도덕의 무정부 상태를 밀어붙인다.



 시한부가 된 박정환이 이태준에게 등 돌리지만, 죽음을 앞둔 개과천선 스토리는 아니다. 자신을 용도폐기하고 전처 신하경을 궁지에 몰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박정환은 끝까지 정의를 고집하는 신하경과 달리, 악의 방식으로 정의를 집행하기도 한다. 양심적 검사의 표상이던 윤지숙이 가장 탐욕스런 인물로 밝혀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인물들이 악을 행하는 결정적인 동기가 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태준은 형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윤지숙은 3대 독자인 아들의 병역비리를 덮기 위해서 악을 행한다. 애초 박정환이 이태준과 손잡은 이유도 “딸 예린을 국제중 보내고 미국 유학 보내고 싶어서”였다.



 1회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김래원은 매회 앙상하게 여위어간다. 냉혹한 승부사처럼 상대의 비리를 파고들다가 죽음의 공포를 혼자 이겨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리얼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냉정을 잃고 감정을 폭발하는 순간의 흡입력도 크다.



 1996년 MBC ‘청소년 드라마-나’로 데뷔한 김래원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주로 로맨스물의 귀여운 연인 역할을 도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MBC 드라마 ‘내사랑 팥쥐’ ‘옥탑방 고양이’, SBS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영화 ‘ing’ ‘어린 신부’ 등이다. 인터넷 소설 원작 드라마 1호인 ‘옥탑방 고양이’로 대표되는 ‘유쾌한 철부지 연인’ 이미지는, 남성의 권위를 내려놓은 새로운 남성상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중저음이지만 느끼하지 않은 또렷한 발성이 TV에 맞춤했다. 이후 건달 역을 선보인 영화 ‘해바라기’나 군 제대 후 김수현 작가의 ‘천일의 약속’, 허영만 원작 ‘식객’ 등에 출연했지만 애초의 훈남 캐릭터만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렇게 잠시 주춤했던 그에게 이번 ‘펀치’와 ‘강남 1970’은 새로운 전기가 될 듯하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완결편 격인 ‘강남 1970’에서 그는 ‘거친 남자’로 변신한 이민호와 함께 강한 남성미를 뿜어낸다. 강남 개발기인 1970년대 권력층을 비호하던 깡패들 얘기다. 여기서도 김래원은 친형제 같은 이민호를 배신하며 야망을 향해 줄달음쳐 가다가 파국을 맞는다. 악역인데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냄새를 더한, 무르익은 연기다. “이런 잔인한 역할은 처음인데 내면의 괴로움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는 김래원은 체중 15kg을 감량하고 수위높은 노출도 불사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선이 가는 외모 대신 짙은 쌍거풀과 호남형의 마스크가, 80년대 홍콩 느와르 풍의 예스런 비장미를 잘 살렸다는 평도 받는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 등 스타들의 기존 이미지를 비틀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꽃미남 이민호에 이어 김래원의 재발견으로 주목받는다. 유 감독은 “김래원은 그간 굉장히 좋은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 역할을 많이 해서 이미지를 전복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제대로 포텐(잠재력)이 터진 것 같다”고 평했다. ‘강남 1970’은 개봉 5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양성희 문화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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