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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긴다, 슈틸리케 실용축구

거스 히딩크(69·네덜란드)에 이어 또다시 한국 축구가 이방인 감독에게 환호하고 있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인간미를 접목한 실용 축구로 호주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잘 안 풀려도 결국에는 승리
'늪 축구' '다산 슈틸리케' 등 별명
경기장에선 무뚝뚝하고 화 내지만
훈련 땐 "선크림 발라라" 다정다감

 슈틸리케 감독의 초반 행보는 인상적이다. 부임 후 5개월 만에 한국 축구를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스타일도 뚜렷하다. 화려한 다득점 축구 대신 안 풀려도 어떻게든 승리하는 실용적인 축구를 지향해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5연승을 거둔 한국은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결승전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꿈꾼다.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 대해 팬들은 ‘늪 축구’란 별명을 붙여줬다. ‘머드타카(진흙+티키타카)’에 이어 최근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호를 따 ‘다산 슈틸리케’라는 별명도 등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이용수(56)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영국 런던에서 만나 한국 감독직을 수락했다. 함께 경쟁한 후보자들이 대부분 자국에 머물면서 대표팀 소집 기간에만 한국으로 건너온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팀을 우선시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가겠다. 내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설명하며 뚜렷한 철학과 소신, 확고한 미래를 제시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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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슈틸리케 감독이 통역 이윤규씨(왼쪽)와 선수들에게 떡국을 떠 주고 있다. [사진 축구협회]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것”=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상적인 축구 스타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기는 축구’를 첫 손에 꼽았다. “경기가 끝나면 팬들은 볼 점유율, 패스 성공률 등을 중요하게 따진다. 내 생각은 다르다.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것 뿐”이라 말했다. 이어 “어떤 날에는 티키타카(스페인식 짧은 패스 축구)가 승리하고 어떤 날에는 공중 볼 축구가 이긴다. 결국 중요한 건 팀의 지능”이라고 설명했다.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에 맞게 대응해 결과적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실용적인 사고로 팀을 변화시켰다. 지난해 10월 부임 첫 경기였던 파라과이전부터 그랬다. 이 위원장은 “데뷔전에서 베스트 멤버 대신 선수들의 출전 시간과 최근 A매치 참가 횟수 등을 꼼꼼히 따져 피로도가 적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 이 경기에서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남태희(24·레퀴야), 김민우(25·사간 도스)가 골을 터트려 2-0으로 이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합리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관철시키려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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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철함과 인간미의 두 얼굴=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배려’다. 대표팀에 첫 발탁돼 아시안컵에서만 2골을 터트린 이정협(24·부산)은 “감독님이 평소에 ‘너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자신감을 주신다. 부진해도 ‘다음 번엔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법을 제시한다. 감독님과의 만남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박건하 대표팀 코치는 “감독이 코칭스태프에게 처음부터 강조한 게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이 모든 걸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팅을 할 때도 늘 선수들에게 질문하며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든다”면서 “경기장 안에서는 화를 내지만, 숙소에서는 싫은 소리를 일절 안 한다. 진정한 ‘밀당(밀고 당기는 것)’의 고수”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성격은 꼼꼼함과 열정으로 요약된다. 매일 오후 5시에 산책을 했다는 독일 철학자 칸트처럼 그도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부임 초기에 선수들의 기본 정보를 몽땅 외울 정도로 적극적인 면도 있다. 이재철 축구협회 홍보팀 대리는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때 새로 발탁된 선수들이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인사 오는 선수마다 생년월일과 체격조건, 소속팀을 다 외우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간미도 갖췄다. 그는 경기 전 입장하는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비가 오는 날도 불편한 다리로 경기 내내 서서 선수들을 독려한다. 그라운드에서는 냉철하지만, 틈날 때마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영상통화를 즐기며 가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김치는 매워서 못 먹지만 밥과 국 등 한식도 잘 먹고, 스태프들과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국 문화에 녹아들려 노력한다. 훈련을 앞둔 선수들에게는 “햇빛이 강하니 선크림 꼭 바르고 나오라”며 담임 선생님같은 면모도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아시안컵 너머를 향하고 있다. 평소 한국의 대학 축구, 유소년 리그 등을 열심히 관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 시절 메주트 외칠(아스널),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등 브라질 월드컵 독일 우승 멤버들의 유년기를 책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선수 육성과 K리그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대표팀과 K리그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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