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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들여다보라, 경험을 장악하라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기획취재부 ] [[UX ①] 좋은 느낌이 가격을 이긴다]


이제 사람들은 새로 나온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소수와 프로세스 속도에 과거만큼 열광하지 않는다. 거듭된 기술발전으로 하드웨어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능에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 대신 사람들은 자신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욕구를 채워줄 그 무언가를 통해 만족감을 얻길 원한다. 여기에 기업들의 고민이 있다.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끊임없는 탐구 등 이전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해답을 사용자 경험(UX)이 줄 수 있을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UX가 무엇이고, 왜 각광받는지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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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기계와 사용자 간 소통방법을 연구해온 이현율 미국 보스턴대 교수를 무선사업부 UX팀 리더로 영입했다. 삼성전자 UX팀은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내부 조직으로 있다가 지난해 5월, 팀으로 격상됐다. LG전자는 스마트폰 ‘G3’의 UX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3배 늘렸다. LG전자는 엔지니어, 인문학 전공자, 디자인 전공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UX 개발인력으로 확충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여름 카카오와의 합병을 앞두고 우선적으로 한 일 중의 하나가 모바일 검색 결과를 좀 더 보기 쉽도록 UX를 개편한 일이었다.

최근 각 분야의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UX)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수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기업들이다. UX는 사용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사용)하면서 얻는 기억이나 지식, 느낌, 만족감 등을 통틀어서 칭하는 것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UX를 ‘제품, 시스템, 서비스의 사용 결과로 생긴 인간의 지각과 반응’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영 컨설팅 기업 닐슨노먼그룹은 ‘UX를 기업의 서비스, 제품과의 상호작용에서 얻는 모든 측면’이라고 정의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사용자가 상품, 서비스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UX는 UI의 개념에 더해 사용자의 느낌, 만족감 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HW 기술 상향평준화로 UX 중요성 커져
UX의 부상은 빠른 기술 발전의 결과로 하드웨어 기술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적 요소로 사용자의 경험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편리한 것을 넘어 몰입할 수 있는 재미요소나 만족도를 높이는 UX가 제품의 중요한 평가항목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다른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데다 하드웨어 사양만으로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IT 기기 분야에서 UX가 크게 강조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보고서는 UX가 제공자(기업, 조직)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과 태도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영향요인으로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경험을 통해 축적된 좋고 긍정적인 UX가 사용자의 필요와 만족, 브랜드 충성도 향상 등을 가져오는 필수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UX 분야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제품에서 의료, 공공 등의 서비스 영역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IT 제품 위주에서 전통산업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선진 대형 병원이나 일부 지자체, 호텔 등에서 UX 적용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UX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하나의 신산업 영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해 ICT 10대 이슈의 하나로 스마트워치의 부상을 꼽으면서 스마트워치의 성공 열쇠가 최적의 UX와 킬러 서비스 발굴이라고 분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워치가 하드웨어를 통한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스마트워치가 필수 기기로 자리를 잡으려면 기존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에서 탈피해 스마트워치의 속성에 최적화된 UX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스마트폰 UI를 그대로 축소하거나 메시지, 통화 알림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용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만의 이용행태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선보인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는 이같은 UX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구글글래스 등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3D TV는 편안함·만족감 못줘 안착 실패
3D TV의 경우도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UX를 제공하지 못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한 때 TV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3D 기능 여부를 따졌으나 막상 3D TV를 구입한 뒤 3D 콘텐츠를 시청하는 가정은 별로 없다. 이는 콘텐츠의 부족, 3D 기능의 한계 등의 이유도 있지만, 3D 콘텐츠를 시청할 때 사용자가 안경 착용 등으로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보면 사물인터넷(IoT) 시대와 웨어러블 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UX를 만들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IoT와 웨어러블의 확산속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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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기업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크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에 UX를 적용해 스마트 시대를 열면서 세계적으로 UX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가속화됐다. 이전에는 상품과 서비스의 기능, 디자인, UI 등을 중심으로 진화해온 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UX 개념과 중요성에 대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됐다.

한 UX 전문기업 관계자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한 날, 당시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기기 제조 대기업의 각 부문 담당자들이 크게 탄식을 했다고 전했다. 개별적인 기능 요소는 이 회사 역시 모두 갖추고 있고 개별 기능의 성능 또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이를 총체적으로 엮고 새로운 앱 생태계를 만들어 새로운 UX를 제시한 것을 보고 크게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폰을 손에 넣은 많은 사용자가 이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 빠져들었고, 다른 기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얻는다는 반응을 보였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3년 국내 15세 이상 스마트 기기 이용자 10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선택 요인으로 UI·UX를 꼽은 비율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7.4%에 그쳤으나 iOS(아이폰) 사용자는 13.5%에 달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아이폰이 제공하는 UX의 우월함은 판매 급증과 높은 재구매율을 통해 애플에게 수익 확대를 안겨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아이폰 UX 만족도 두배
우리 기업들 역시 애플에 비해 UX의 중요성을 한 발 늦게 인식했지만, 새로운 UX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를 거듭하면서 국산 스마트폰의 UX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를 통해 화면의 확대와 펜을 통한 기록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성공적으로 제시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LG전자도 자사 스마트폰에 노크 기능 등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각 영역의 일부 선도적인 기업을 제외한 국내 전체 산업의 UX 수준은 해외 주요 국가에게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등에 비해 UX 개념이 다소 늦게 정립되고 연구되기 시작한데다 UX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아직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질 정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UX 전문기업 PXD의 이재용 대표는 “UX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삼성, LG 등 극히 일부 글로벌 대기업을 제외하면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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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UX 관련 차세대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기술 수준은 미국과 4.2년의 격차를 보였다. 영역별로는 감성 기반 인터랙션 기술이 4.2년, 혼합현실 정합 및 인터랙션 기술이 3.5년, 혼합현실 영상렌더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이 3.6년, 음성언어정보 처리기술이 5.7년의 격차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부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UX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격차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후발국가와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UX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보다 한 발 늦게 산업화에 나섰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저렴한 인건비, 자본의 축적 등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이 UX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사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쳤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선 샤오미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 회사는 끊임없이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UX를 개선하면서 이른바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가 발달함에 따라 UX의 중요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마찬가지로 방대한 정보, 복잡한 시스템, 생소한 기기, 상이한 구성 등으로 인해 효과적, 효율적이고 편리한 UI를 통한 높은 UX 만족도가 기업 경쟁력 확보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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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발달할수록 UX 중요성 커져
전문가들은 국내 UX 수준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문인력 지원방안을 만들고 기업의 UX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UX를 적용해 사용자가 만족감을 얻는 것은 제품의 디자인이나 사용성을 통해서지만, 이러한 디자인이나 사용성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얻는 정량적 조사를 넘어 인문학, 철학, 심리학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답하지 않거나 사용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욕구를 알아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인간공학, 시각디자인,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이 같은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인력양성의 대상이 현재 UX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많은 UX 초보자를 양산하는데 치중할 경우 UX의 수준과 시장에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기업의 UX 투자 지원 역시 옥석을 가려 제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2000년대 초 정부의 3만 개 중소기업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지원사업의 경우 ERP 도입에 큰 의지가 없는 기업에까지 적은 금액을 지원함으로써 수많은 ERP 공급업체가 난립하고 ERP의 시장가격을 크게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이 같은 일이 UX 분야에서도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UX에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충분한 규모의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UX 관련 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이들 개발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협의 공간을 만들고 여러 부처가 함께 UX 발전을 고민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식 기자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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