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장기, 월세보증금 기증"…지적장애 언니 돌보던 20대 동생의 안타까운 자살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보호시설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기 바란다.”



지적장애 1급인 언니(31)를 보살피던 대구의 류모(29ㆍ여)씨가 지난 24일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류씨는 수성구의 한 식당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다 탄 번개탄과 휴대전화·지갑 등이 발견됐다. 지갑에는 현금 1만3000원이 들어 있었다. 휴대전화에 메시지 형태로 저장된 유서에는 “언니와 같이 죽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언니를 죽이고 싶은데 힘이 모자란다. 잘해 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경찰과 남구청 등에 따르면 류씨는 두 살 때 아버지가 숨진 뒤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할머니ㆍ삼촌 등과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10년 전 언니가 가출하자 류씨도 집을 나가 부산을 거쳐 대구에 왔다. 언니 류씨는 2001년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동생 류씨는 대형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언니를 뒷바라지했다. 옷과 신발, 먹을 것을 사 면회를 가는 등 보호자 노릇을 했다고 한다.



2012년 7월 대구의 한 장애인시설에 입소한 언니 류씨는 병뚜껑으로 몸을 긁는 등 자해를 해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두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지난 13일 류씨 집으로 들어갔다. 언니가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류씨는 봉덕동의 한 원룸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36만원에 세들어 살고 있었지만 두 달치 월세가 밀린 상태였다.



경찰은 이때부터 류씨가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했다. 휴대전화를 끈 채 언니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했다. 이어 지난 20일 자신의 원룸에서 번개판을 피우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언니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언니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류씨 혼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류씨의 삼촌은 “조카가 언니를 돌보며 돈도 제법 모았다”며 “평소 언니를 잘 챙겨왔지만 정신질환이 생기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이를 비관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류씨의 유언과 달리 발견 시간이 늦어져 장기를 기증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류씨의 언니는 광주광역시의 고모와 삼촌이 보호하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