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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뉴트리아 전문 사냥꾼



























지난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바지장화 차림인 전홍용(52)씨가 마른 풀숲을 헤치며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미리 설치해둔 포획틀을 꼼꼼히 살폈다. 가로 70㎝, 세로 40㎝ 크기인 이 틀은 전씨가 자체 제작한 '뉴트리아 전용 덫'이었다. 7개 포획틀 중 2곳에서 뉴트리아가 발견됐다. 전씨는 "오후에 먹이를 넣어 덫을 놓으면 다음날 평균 2~3마리씩 잡혀 있곤 한다"고 전했다.



전씨는 낙동강 일대에서 '뉴트리아 전문 사냥꾼'으로 통한다. 늪너구리라고도 불리는 뉴트리아는 지역주민들이 소탕 대상 1호로 꼽는 '공공의 적'이다. 시도때도 없이 논밭을 헤집고 다니며 벼와 고구마·감자 등을 먹어치우는가 하면, 부들·마름 등 습지 정화 기능을 지닌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으며 습지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농가 보호를 위해 부산과 경남의 기초단체들이 뉴트리아 1마리당 2만원씩 포상금을 내걸 정도다.

전씨도 해반천 인근 조만강 둔치에서 배추농사를 짓던 농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배추속을 갉아먹는 일이 반복되자 잠복에 들어갔고, 결국 뉴트리아 소행임을 알아냈다. 처음엔 틀채를 들고 나섰지만 워낙 재빠르게 도망다니는 통에 포획이 쉽지 않았다. 발목 덫을 놓았더니 다른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었다. 고민 끝에 그는 쥐덫과 비슷한 포획틀을 고안해냈다. 틀 안의 미끼를 건드리면 문이 곧장 닫히는 구조였다.



포획틀의 성능을 확인한 그는 2010년부터 본격 사냥에 나섰다. 곳곳에 포획틀을 놓아 많을 때는 하루 20마리씩 잡았다. 그는 "뉴트리아는 먹이가 있는 곳을 반복해서 오가는 습성이 있어 길목만 잘 잡으면 지속적으로 포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잡은 200여 마리를 김해시에 가져갔을 땐 담당자가 깜짝 놀라 "혹시 사육한 것 아니냐"며 전씨 집을 수색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김해시와 부산시에 뉴트리아 1000마리를 신고해 2000만원을 벌었다. 지금까지 모두 5000여 마리를 잡아 1억원 넘게 포상금을 받아야 했지만 지자체 포상금 예산이 부족해 더 받기도 어려웠다. 나머지는 개 먹이로 쓰거나 매몰 처리했다. 그는 "포상금도 기름값과 미끼 구입비 등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었지만 사명감 하나로 뉴트리아 잡는 일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 뉴트리아 퇴치전담반을 꾸리고 전씨를 퇴치반장으로 스카웃했다.



전씨도 어느새 뉴트리아 전문가가 됐다. 뉴트리아는 주로 낮에 잠을 자고 밤에 돌아다닌다. 활동시간은 오전 4~9시와 오후 4~8시. 수명은 10년 정도로 5~7마리씩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그는 "한 마리가 나타나면 주변에 7~8마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몸무게는 6~7㎏이지만 20㎏가 넘는 것도 종종 잡힌다. 미끼는 봄엔 참외, 여름·가을엔 고구마·당근·단감, 겨울엔 배추 등을 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엔 습지를 돌아다니다 쯔쯔가무시병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13년엔 얼음이 언 늪지대로 들어가다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 요즘 그는 위성항법장치(GPS)를 들고 다닌다. 뉴트리아 출몰 지역과 포획 위치 등을 데이터로 입력해 보다 체계적으로 퇴치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그는 "부산·경남의 습지 생태계를 지키고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해=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뉴트리아=1980년대 초 농가들이 모피와 고기를 얻기 위해 원산지 남미에서 수입해 사육했다. 이후 경제성이 떨어져 사육을 포기하면서 버려진 뉴트리아가 서식 환경이 좋은 낙동강 일대에서 대량 번식했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8000여 마리의 뉴트리아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충청 지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90% 이상이 부산·경남에 서식 중이다. 암컷 1마리가 매년 3~6마리의 새끼를 낳는 등 번식력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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