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손발 차가운 얼음공주, 피부 굳는 '악마의 병' 의심을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전재범 교수가 손톱 아래 있는 손톱주름 모세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보형 객원기자




여자에게 더 많은 전신성경피증

직장인 고연주(42·가명)씨의 별명은 얼음공주다. 조금만 추워도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한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도 손가락이 하얗다 못해 새파랗다. 손끝을 바늘 콕콕 찌르는 것처럼 쑤시고 저리듯 아플 때도 있다. 손등 피부도 예전보다 거칠어졌다.



수족냉증이라고 생각해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거나 한의원을 찾아 뜸을 뜨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견디다 못해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피부가 딱딱하게 변하는 전신성경피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전재범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외에도 심장이나 폐 같은 장기까지 딱딱하게 굳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적으로 변한 면역세포 … 피부가 딱딱해져



전신성경피증은 말랑말랑해야 할 피부가 딱딱하게 변하는 희귀·난치병이다. 유병률이 낮아 국내에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올해부터 질환 전반에 대한 코호트 연구를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10만 명당 1~2명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2000~3000 여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4~8배 더 많다.



원인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 같은 섬유모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섬유모세포가 과도하게 생성·축적되면서 피부가 두꺼워진다. 서울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이은봉 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어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로 손·얼굴·목·가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손가락이나 손이 뻣뻣하고 자주 붓는 정도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체 여기저기가 굳어 변형되거나 피부 조직이 괴사한다. 피부뿐이 아니다. 식도·위·폐·심장·간·콩팥 등 내부 장기도 피부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굳는다. 외출은커녕 식사를 하거나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 전신성경피증을 ‘악마의 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합병증은 더 무섭다. 혈관병이 대표적이다. 우리 몸은 3~4㎝의 굵은 혈관부터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가는 혈관까지 실타래처럼 얽혀 온몸 구석구석 뻗어 있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곧 질병으로 나타난다. 전신성경피증은 가느다란 모세혈관부터 망가진다. 혈관을 만드는 단백질이 부족해 조금씩 좁아지다가 사라진다.



소화기관에 침범하면 정상적으로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소장의 연동운동이 떨어져 구토·변비·설사가 올 수 있다. 폐로 연결된 혈관에 나타났다면 호흡 기능이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빠진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교수는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발이 차가운 것도 혈관 기능 저하로 생기는 현상이다. 전 교수는 “심장에서 손발까지 이어진 혈관이 부실하면 혈액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해 손발이 차갑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부분은 혈액을 통해 산소·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결국 썩어들어간다. 일부는 손가락·발가락에 궤양이 생겨 이를 잘라낸다. 혈관은 온도에 민감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혈관이 좁아지고 경직돼 혈관질환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예방·치료법 없어 조기발견·관리가 중요



전신성경피증은 딱히 예방·치료법이 없다. 면역활성을 억제해 합병증·기능 손상을 최소화하고 악화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초기 증상이 가볍다고 방치하면 안 된다. 관리하지 않으면 내부 장기까지 망가져 치명적일 수 있다. 전신성경피증은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공’이다.



조기 진단·발견도 중요하다. 전신성경피증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하기 전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전 교수는 “손발이 뻣뻣하면서 자주 붓고 추위에 민감해 손가락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증후군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신성경피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신성경피증 환자 90% 이상은 초기에 레이노증후군을 경험한다. 레이노증후군은 전신성경피증 혈액순환 장애를 알려주는 신호다.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에 있는 작은 혈관이 스트레스를 받아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수축해 막힌다. 일시적으로 피가 통하지 않아 손가락 색깔이 하얗게 변했다가 파랗게 질린다. 회복 단계에서는 혈관이 확장돼 상대적으로 혈액공급이 늘어 붉게 보인다.



손톱 바로 밑에 있는 손톱주름 모세혈관 상태도 확인한다. 특수장비를 사용해 눈으로 모세혈관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다. 모세혈관은 실핀이 가지런하게 정렬된 것처럼 크기가 일정해야 한다.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면 모세혈관 곳곳이 부풀어 있거나 터져 있다. 해외에서는 레이노 현상이 있으면서 손톱주름 모세혈관에 이상이 발견되면 5년 이내에 60%가 전신성경피증으로 발전한다는 보고도 있다.



전신성경피증은 관리가 중요한 병이다. 평소 손발은 물론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혈관관리에 신경쓰는 것이 좋다. 격렬한 운동보다는 빨리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한다. 운동은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돕는다. 건조한 피부 보호를 위해 오일·로션을 자주 발라 피부 보습에 신경쓰고 자주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