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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민 기자의 '9층에서'] 방학에 아들 얼굴도 못본다니…

"지금 바로 자습실로 가야겠네."

"응."

"먹을 만 하지?"

"응. 맛있어."



며칠 전 고속터미널의 한 식당. 옆 테이블에서 들린 대화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거기엔 지방에서 올라온 한 엄마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드름 투성이 아들이 마주보고 앉아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고기가 잔뜩 든 육개장을, 엄마는 국밥 같은 걸 먹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들은 기숙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방학을 맞아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며 기숙학원에 들어간 거겠죠. 엄마나 아들 둘 중에 한 명은 곧 도착할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듯 했습니다.



모자는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화의 내용에 별로 대단한 건 없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어떠냐, 밥은 잘 나오냐 같은 것들이었죠. 대답하기 귀찮을 만도 한데 아들은 짧지만 순하게 대답을 해줬습니다. 아들의 두꺼운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착해 보였습니다.



'공부가 뭐길래, 긴긴 방학 동안 엄마가 아들도 못 보게 하는 걸까' 하는 마음에 울컥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잘 해야 대학을 가고, 대학을 가야 사람 구실을 한다며 엄마는 없는 살림에 비싼 기숙사비를 마련했을 겁니다. 아들은 그런 엄마의 정성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을 테죠.



어쩌면 모두 제 상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고등학생은 친척집이나 친구집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제멋대로 기숙학교라고 생각한 건 제가 성적이 떨어진 중학생 아들을 기숙학교에 보낼까 심각하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좁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포기했습니다.





아들 친구 중엔 정말로 기숙학교에 들어간 녀석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때부터 아들의 단짝 친구였던 그 녀석은 운동 잘하고, 친구들 잘 이끄는 인기남입니다.



녀석이 기숙학교에 들어가기 전날 아들은 아침 일찍 PC방으로 향하며 "저녁 늦게까지 ○○이랑 놀 거니까 그리 알어"하더군요. 그 팔팔한 녀석이 기숙학교에서 잘 버티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더불어 다음 학기엔 고생한 보람이 있어 성적도 오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아들은…, 잘 모르겠네요. 쩝.



오늘은 일요일. 전 중앙일보 9층, 강남통신 팀이 있는 자리에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은 일이 많아 어쩌면 길고 긴 하루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했는데,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종일 게임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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