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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이 정상 된 세계, 끊임없는 혁신만이 해결책

글로벌 리더들의 모임인 제45회 세계경제포럼(WEF)이 21~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새로운 세계 상황(The New Global Context)’. 중국의 성장 둔화, 국제유가 폭락,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프랑스 연쇄테러로 고조된 문화·종교 갈등 등 종전엔 예외로 여겨졌던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게 된 데 대해 대책을 논의해 보자는 의미였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최근처럼 비관적이었던 때가 없었다”며 “올해 다보스포럼을 통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45회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선

WEF 사무국은 2500여 명의 기업인과 정치 지도자가 참석한 이번 회의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 등 중국 기업인과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 등이 모습을 보였다.

리커창 “창업 정신이 중국 경제 살릴 것”
마윈 회장은 23일 연설에서 중국 소비자와 전 세계 중소기업을 잇는 방식으로 고객 수를 현재의 6배인 20억 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알리바바의 연 매출이 현재 월마트의 47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해 알리바바의 매출은 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구상은 현재 대부분 중국인인 알리바바의 고객층을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알리바바를 통해 노르웨이의 중소기업이 아르헨티나에 상품을 팔고 아르헨티나 소비자가 스위스 제품을 살 수 있다면 e-WTO(인터넷상의 세계무역기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등과 경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가 전 세계 중소기업의 제품을 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연설 말미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포레스트가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1일 특별 축사에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자리 잡은 ‘뉴 노멀(new normal)’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가 성숙하면서 이제 초고속 성장 대신 ‘중간 또는 고속(medium to high speed) 성장’이 정상적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 정신과 혁신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을 것”이라며 “경제위기를 맞는 상황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들, 올해 세계경제 낙관
중국 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자 다보스포럼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에게 중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건재하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성장률 7.4%는 역대 최저지만 현재 중국 경제 규모를 보면 지난해 8000억 달러어치의 추가 생산이 이뤄졌다”며 “이것은 5년 전 성장률이 10%였을 때와 같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시각에 대해 “중국 경제의 미래는 다른 나라와 외국 기업들에겐 기회”라며 “중국은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경제 석학들은 디플레 우려와 만성적인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계속 성장하고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중국 경제성장률은 언젠가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고 중국 당국도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가 세계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2015~2016년 세계경제의 3%대 성장 전망치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립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유럽 경제가 고전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들은 보다 혁신적인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 세계경제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불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아나트 아드마티 스탠퍼드대 교수는 “선진국 경제에서 상당한 소득 불평등이 감지된다. 이는 언제든지 정치적 분열과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해 많은 경제학자가 불평등을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반면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경제가 살아나면서 올해 임금 수준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2일 패널 토론에서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간단하게 답하겠다.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소멸이 아니라 인터넷이 삶의 일부가 되면서 마치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는 “너무나 많은 IP 주소와 기기, 센서, 웨어러블 등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그것들이 존재하는지조차 잊게 될 것이다.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신이 방에 들어갔는데 방의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인다고 생각해 봐라. 개인화되고 상호 작용하는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산업에 대해선 “스마트폰 앱 인프라가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앱의 발전으로 미래에 어떤 IT 회사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슈밋 “인터넷은 사라질 것”
그의 발언이 나온 패널 토론의 사회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가 맡았다. 샌드버그는 인터넷 보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0억 명의 세계인이 아직도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인터넷 접속에 드는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회의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스포스닷컴 대표 등 실리콘밸리 IT기업 CEO들이 대거 초청됐다. 베니오프 대표는 “인터넷 기업들이 운영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반드시 필요한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 위기에 처한 유로존의 운명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인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는 일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긴축정책을 설파해 온 메르켈 총리가 최근 ECB의 양적완화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으면서도 통화정책만으론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긴축정책 사수를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성장 중심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채무를 낮게 유지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도 “성장 촉진과 고용 창출을 ECB에만 맡겨놔선 안 된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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