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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웬수 … 가짜 배고픔엔 속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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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K씨(24·여)는 음식 중독 환자다. 그는 23일 오후에 집 앞 편의점·제과점에 들러 과자·빵·케이크·초콜릿 등을 10만원어치나 샀다. 주말을 대부분 방안에서 보낸 K씨는 구입한 식품을 모두 먹어치웠다. K씨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으로 풀게 된다고 했다.

음식 중독 어떻게 탈출할까

서울 강남 소재 리셋클리닉 박용우(가정의학과) 원장은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하는 심각한 음식 중독 환자가 적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져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음식 중독』이란 책을 통해서도 올바른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니코틴·알코올·탄수화물 중독 등 다른 중독처럼 음식 중독도 갈망·내성(耐性)·금단(禁斷) 등 세 증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콤한 음식을 찾기 위해 냉장고를 뒤지는 것은 갈망의 한 예다. 처음엔 초콜릿 한 조각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졌는데 점차 그 양을 늘려야 한다면 내성이 생긴 것이다. 과자 등 단 음식을 끊을 경우 두통·무력감·짜증·우울감·메스꺼움이 생겨 사흘을 참기 힘들다면 금단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원장은 당류의 단맛, 소금의 짠맛, 지방의 고소한 맛의 적절한 조합이 음식 중독으로 가는 쾌미(快味)를 안겨 준다고 설명한다. 음식 중독의 요인으론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꼽힌다.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쾌미를 느끼게 하는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에 대한 섭취 욕구가 늘어나고 이런 음식을 먹다 보면 음식 중독에 빠지기 쉽다. 음식 중독 환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인 것도 스트레스 연관설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음식 중독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설탕·트랜스 지방·소금·밀가루 등을 지목한다. 이 가운데 설탕은 우리 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인 정제 탄수화물의 주성분이다. 동물 실험에선 설탕물을 마시면 마약에 중독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에서 도파민 수용체가 증가했다.

우리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반반씩 든 이당류(二糖類)다. 설탕의 두 성분인 포도당과 과당 중 음식 중독과 더 연관이 깊은 것은 과당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과당은 포도당과는 달리 반드시 간에 들어가 대사(분해)된다”며 “최근 지방간이 늘어나는 것은 술 때문이 아니라 과당 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탕의 단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단번에 끊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현실적인 대안은 사탕·초콜릿·아이스크림·빵·케이크 같은 식품을 과일·견과류·현미 시리얼·고구마로 대체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음식을 무조건 피하지 말고 당 지수(GI·혈당을 높이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가 낮은 식품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 실험 결과 지방도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 중 ‘백해무익’한 것은 자연식품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트랜스 지방이다. 봉지에 들어 있을 땐 고체지만 입안에서 사르르 녹거나 바삭바삭한 느낌을 준다면 십중팔구 트랜스 지방이 포함된 음식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려면 조리할 때 마가린·쇼트닝을 사용하지 말고 간식으론 프렌치프라이·감자칩 대신 찐 감자·고구마를 즐길 것”을 권했다. 소금은 설탕보다 중독성이 약하다. 또 설탕과는 달리 소금 섭취엔 한계가 있다.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에게 적극 투자하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음식 갈망이 강하면 공원에서 걷거나 뛰는 등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대개 10분만 지나도 먹고 싶은 충동이 사라진다.

초콜릿 등이 당긴다면 이유를 파악하는 것도 유용한 탈출법이다. 만약 잠이 부족한 것이 초콜릿을 찾는 원인이라면 자신만의 숙면법을 개발해 실천하는 것이 이롭다.

허기도 진위(眞僞)가 있다. 음식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짜 배고픔에 속지 말아야 한다. 가짜 허기를 진짜 허기로 착각하는 것이 음식 중독의 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원시인들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먹었지만 먹거리가 풍족해진 요즘은 배고플 틈이 없다”며 “뷔페에서 양껏 먹은 뒤 후식까지 챙긴다면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오후 7시) 뒤 다음 날 아침(오전 7시)에 허기를 느낀다면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공복(空腹) 상태로 12시간을 보냈는데도 허기가 없다면 몸의 ‘배고픔 신호체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포만감 신호에 둔감해지고 배가 심하게 고파지기도 해 과식하기 쉽다.

이런 사람은 아침식사 시간을 늦추거나 거르는 것이 유익하다. 점심 때 허기가 느껴지면 밥은 반 공기 이내로 먹되 달걀·두부·생선 등 고단백 반찬으로 배를 채운다.

박 원장은 “음식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헛헛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먹어서는 안 되고 음식을 남기면 죄가 되므로 무조건 다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식사할 때 포만감보다 만족감을 중시하는 등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식 중독이 의심되면 아침·점심을 굶고 진짜 허기를 몸으로 느껴볼 것”을 주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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