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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눈물짓게 하는 그림 꿈꾸던 김환기 … 그가 존경한 로스코

“일을 하며 음악을 들으며 간혹 울 때가 있다. 음악·문학·무용·연극, 모두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할 것인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1968년 1월 일기 내용이다. 한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뉴욕으로 간 지 5년이 지난 해였다. 거기서 그는 하얀 달항아리와 푸른 달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대신 무수한 점을 찍는 점화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런 순수추상이 과연 사람을 울릴 수 있을까.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왼쪽) 와 마크 로스코의 ‘No. 21’.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본 사람 중에는 가능하다고 답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시인 김광섭의 시구에서 따온 제목에 걸맞게 별이 총총히 명멸하는 밤하늘, 나아가 삼라만상의 윤회와 인연이 얽혀 있는 무한한 우주를 연상시키니까.

김환기의 말과 작품은 또 다른 추상미술가 마크 로스코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대표 화가지만, 그 꼬리표를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추상미술가가 아니다. 나는 색채나 형태 등의 관계에 아무 관심이 없다. 내 관심은 오로지 비극·황홀경·파멸 등 인간의 기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 그림을 대한 사람들이 무너져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 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경험한 것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마크 로스코는 김환기가 동시대 미국 미술가 중 거의 유일하게 높이 평가한 인물이었다. 당시 뉴욕에서는 유명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색면회화’로 명명한 일군의 추상화가들이 미국 추상표현주의 2세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김환기가 뉴욕에 가 급격한 스타일 변화를 보이며 순수추상으로 전환한 데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환기는 그린버그가 강력 지지했던 1세대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에 대해서는 별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런 김환기가 드물게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라고 일기에 언급한 사람이 러시아 출신 미국 화가 로스코였다. 두 작가가 절정기에 그린 추상화는 스타일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캔버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확장성, 우주적 느낌,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숭고함과 벅찬 감정 등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은 모두 ‘울리는 미술’의 길을 걸었다.

아쉬운 것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김환기와 로스코의 지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 가격이 작품 가치를 말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인지도를 반영하기에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발표에 따르면 김환기 작품은 지난해 주요 경매사 8곳(해외 법인 포함)에서 46점이 100억7744만원에 팔려 국내 작가들 중 낙찰총액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외국 컬렉터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시장에서 로스코와 차이는 엄청나다. 지난해 11월 로스코의 1953년 작품 ‘No. 21’ 한 점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우리 돈으로 약 490억원에 낙찰됐다.

로스코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 중 하나다. 그런 로스코와의 연관성 연구와 비교 대조를 통해 김환기를 세계에 좀 더 잘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을 극복하려면, 한국 미술을 세계적 맥락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보는 연구와 기획 전시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마침 3월 로스코의 단독 회고전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데, 나중에는 김환기와의 2인전 같은 기획전시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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