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광복 70년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립을 맞이한 세계의 여러 신생 국가들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해서 그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 역사를 만들 수 있었던가.

세계의 많은 연구자가 여러 설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이 매 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누적의 결과가 오늘의 자랑스러운 국가를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임시정부와 건국기의 지도자들이 민주공화제를 채택하지 않고 조선시대로의 왕정복고를 선택했다면 현재의 민주주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5·16의 지도자들이 여타 신생 국가의 군부 지도자들처럼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했다면 현재의 경제발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것처럼 국민과 기업인들이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독일에 광부로 파견되고, 베트남에 참전하고, 중동의 열사 지역에 건설역군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수한 관료들과 외교관들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나 북방외교와 같은 시대를 앞서간 국가발전의 청사진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옛 공산권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우리의 활동 반경이 확대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한다면, 북한 정권도 핵 능력 건설과의 병진노선이 아니라 개방적 민주사회 건설과의 병진노선을 선택해야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로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부터 어떤 국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중세 이슬람의 역사가 이븐 할둔은 모든 정치체가 발생·성장·쇠퇴의 경로를 밟는다고 관찰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쇠퇴의 경로를 피하면서 지금까지 이룩한 발전을 향후 지속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의 국가비전 제시와 국민 통합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아널드 토인비는 지도자들이 창조적 소수자의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민족을 이끌었을 경우에는 문명이 유지되고 번성하지만, 과거의 규범이나 전통에 구애받는다면 그 문명은 쇠퇴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우리 사회가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통합하는 지도자들을 갖고 있는가. 우리의 정당과 학교는 그런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돌이켜 볼 일이다.

국민 개개인의 인간능력 개발 여부가 국가번영의 열쇠라고 보는 연구자도 많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집트가 민주화 운동에는 성공했지만 국가적 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것은 대중에 대한 교육과 의료 지원 등 인간능력 개발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우리의 교육제도나 의료제도, 그리고 여타 복지제도가 국민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발현시키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좋은 제도와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 MIT대 교수인 대런 에스모글루와 하버드대 교수인 제임스 로빈슨은 발전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을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공평한 경쟁의 장이 부여되고, 다원적인 정치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를 채택했다는 데서 찾았다. 반면 그렇지 않은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를 선택한 국가들은 빈곤의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애써 형성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이러한 건강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연 안녕한가. 교육이 시작돼야 할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에 의한 폭력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대학을 나온 청년 세대는 자신들의 잠재력을 구현할 일자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냉전기 옛 공산권 국가들까지 확대됐던 한국의 대외관계는 웬일인지 21세기 북한이나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좀처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교육, 청년 실업, 외교 등에서 나타나는 위기적 징후들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의 지도자들이 심기일전해 새로운 국가 건설의 비전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영준 일본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US-Japan 프로그램 방문학자. 주요 저서로는 『해군의 탄생과 근대 일본』『제3의 일본』『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공저), 『21세기 국제안보의 도전과 과제』 (공저) 등.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