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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칼럼] 지금은 ‘충격과 공포’ 필요한 때

지난 15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환율 페그제를 폐지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환율은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에 고정돼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급습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반대로 프랑화 값은 한때 40% 넘게 치솟았다. 프랑(Franc)에다 지구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결합한 프랑코겟돈(Francogeddon)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스위스는 2011년 9월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하자 프랑화 환율을 유로에 고정시켰다. 수출과 관광으로 먹고사는 스위스로서는 통화가치가 급등하면 경제가 충격을 받는다. 이를 막기 위해 SNB는 과감했다.

3년4개월이 지나자 SNB는 정반대의 카드를 꺼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단행하면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랑화 가치를 지키려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야 한다. 비록 방향은 반대지만 SNB는 이번에도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시장은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에 빠졌지만 프랑은 안정을 찾았다.

ECB는 22일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19개월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풀릴 돈은 1조1400억 유로(약 1435조원)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충격이었지만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 등으로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ECB의 강력한 의지는 보여주었다.

‘충격과 공포’ 요법은 사실 위험하다. 승부수를 던졌다 실패하면 쪽박 차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런 선택을 하는 건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를 시작할 때도, 2013년 4월 아베 신조 정권이 일본판 양적완화를 단행할 때도 그랬다. 이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Fed는 4조 달러(약 4300조원)를, 일본은행은 137조 엔(약 1260조원)을 풀었다. 과거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미국은 이 덕에 경기 회복의 새싹을 틔우고 있다. 일본은 아직 성공 가능성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무기력했던 사회에 ‘한번 해보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이젠 한국 차례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2014년 경제성장률(전년비)은 3.3%에 그쳤다. 2011년 이후 5년째 3%대 이하의 저성장 덫에 갇혀 있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4분기에 -0.3%(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3분기(-2.2%)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경제는 심리다. 어렵고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유전자를 가졌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눈이 그렇다. ‘이제 성장은 남의 얘기’라는 낙담이 팽배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도 잃어버린 10년, 20년의 늪에 빠질 위기다. ‘충격과 공포’의 도전이 필요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는데, 이게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국민이 “어!” 하고 놀랄 만한 획기적인 통화 확대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재정을 46조원이나 더 풀었지만 나아진 게 뭐냐는 반응이 나오는 형편이다. 공무원연금·노동·공기업 개혁은 말만 요란하다. 올해는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다. 필요한 건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과감한 개혁이다. 그를 위한 ‘충격과 공포’라면 국민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김종윤 경제산업 에디터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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