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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칼럼] 워킹맘은 전업맘과 싸워야 하나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우리 워킹맘들이 전업주부를 이겼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며 우리 손을 들어주지 않았는가. 전업주부들이 보육수당을 받으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많이 맡기는 바람에 보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안 그래도 불만이었다. 옆집 아이는 하루 종일 엄마랑 집에 있어도 되는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나는 임산부일 때 어린이집 10여 곳에 신청을 했다. 그런데 대기 순서를 다 합하면 2000번 정도 된다. 2000명 중에 나같이 고생하는 워킹맘 아이만 있다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옆집 같은 아이들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에 (때리는 교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가야 한다면 화가 난다.



 죄송하지만 위의 글은 진심이 아니다. 복지부 장관의 말에 워킹맘들이 쌍수 들고 환영할 줄 알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진짜 얘기는 이제부터다.



 어린이집 폭행 동영상을 보고 최순옥(50)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1996년 서울 은평구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했던 사람 중 하나다. 부모들이 모여 장소를 마련하고 교사를 뽑아 일종의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1세대 아이들은 이제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됐다.



 나는 어떻게든 대안을 찾고 싶었다. 같은 처지의 엄마·아빠가 모이면 순조롭게 진행되겠다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거 쉽지 않다. 사회적 부모가 될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부모’란 낯선 말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건 남의 아이도 맡아주겠다는 뜻이다. 공동육아 부모들은 자기 애보다 뒤처지는 아이까지 끌고 갈 프로그램 짜기에 골몰한다. 부모들의 서로 다른 처지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돈도 더 든다. 그래도 나처럼 관심을 가지거나 한번 해보자는 사람이 늘어난다. 현재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전국에 80여 곳이다. 숫자는 부족하지만 부모들은 나름대로 높은 곳에 꿈을 두고 가고 있다.



 최씨의 답변은 나에게 죽비(竹?)였다. 그래서인지 맞벌이 가정을 편들어준 복지부 대책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사회적 부모는커녕 남의 아이를 밀어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틀어진 계획은 또 있다. 나는 전업주부를 동반자로 생각했다. 내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그들의 지혜를 얻으려 했다. 이 또한 힘들게 됐다. 워킹맘과 전업주부 사이에 선명한 선이 그어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우리는 갈라졌다. 또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정답’이라는 명제가 양쪽 사이를 점점 벌리고 있다.



 이러니 언제쯤 옆집 아이도 헤아릴 여유를 가지게 될까. 아이들이 불행을 나눠 갖지 않아도 될 때쯤일까. 역시 우리는 아이를 너무 일찍 낳았는지 모르겠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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