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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진화하는 테러리즘 선전술

이슬람국가(IS)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지하드(성전)엔 돈이, 인간에겐 지하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위 사진). 사진기자 출신 인질 영국인 존 캔틀리가 “IS는 시리아·터키 접경 지역을 대부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벨기에 북부 소도시 메헬렌의 건축가 피터 반 오스타옌은 밤이 되면 더 바빠진다. 노트북을 켜고 트위터·페이스북에 접속해 지난 밤 그가 올린 글에 수니파 무장정파 이슬람국가(IS) 소속 대원들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한다.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SNS
뉴미디어 '지하드'

 낮엔 견실한 건축가인 그이지만 밤이 되면 전문 블로거의 일상을 시작한다. IS 전문 저술가가 꿈인 그에게 최고의 놀이터 는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 다. IS에 대한 탐구심으로 지난해 페이스북에 가짜 IS 대원 계정까지 개설했다. 검은 복면 차림에 눈만 내놓고 IS 깃발을 흔드는 대원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몇 시간 뒤 1400명이 넘는 유럽인들이 친구 신청을 해왔다.



 IS의 주 활동 무대인 시리아·이라크에 갈 필요도 없다. 메헬렌의 자기 방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IS 추종자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아랍어일 필요도 없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콘텐트가 넘쳐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5일 “SNS가 IS의 선전·선동 채널이 됐다”고 보도한 배경이다.



뉴미디어 시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지하드(jihad·성전·聖戰)’의 방법론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IS의 선전·선동의 새 무기는 SNS와 영어 두 가지다. 미국의 언어와 미국이 개발한 SNS가 미국의 적의 선전·선동 전략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런 새 무기를 다루는 IS 신세대 대원들은 능수능란하다. 이들 손에서 제작된 영상이며 SNS 글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감한 성전의 용사’로 포장한다. 벨기에의 반 오스타옌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터넷과 노트북·스마트폰만 있으면 그들의 선전물을 볼 수 있다. 반 오스타옌은 이를 활용해 IS를 비판적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나 이를 본 일부 청소년들은 대원이 되기를 자청한다. 터키에서 실종된 한국 청소년 김영기(18)군이 “IS 대원이 되는 방법을 아는 분?”이라는 글을 남긴 곳도 SNS였다.



 이런 청소년들은 지구상 곳곳에 퍼져 있다. 중동·테러 전문가인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시리아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대원만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며 “지구 북쪽 끝 노르웨이에서부터 남쪽 끝 뉴질랜드까지 국적도 90여 개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한 손엔 코란, 다른 손엔 스마트폰을 들며 대테러전 양상은 복잡해졌다. 이를 두고 이라크 외교장관 이브라힘 알자파리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전략연구소(IISS) 포럼에서 알자파리는 “IS가 SNS로 펼치는 전쟁엔 국경이 없다”며 “제1·2차 세계대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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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접속해 IS 관련 키워드를 넣으면 IS 홍보 영상이 넘친다. IS 근거지인 시리아 락까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클릭하자 미국식 영어 내레이션과 자막을 입혀 10분간 IS 대원들의 용기를 찬양하는 모습이 재생된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IS 대원은 미국 주도 연합군 드론(무인기) 공습에 로켓포를 응사한 후 카메라를 노려보며 말한다. “미국의 겁쟁이들아, 정정당당히 지상에서 싸우자. 백악관에 IS 깃발이 나부끼는 그날까지.”



 기승전결이 확고한 이 영상에 붙은 예고편엔 IS 대원이 자상한 표정으로 10살도 채 안 돼 보이는 소년에게 꿈을 묻는다. 옵션은 두 개다. “지하드? 아니면 자살(폭탄 테러)?” 웃는 아이의 답은, “지하드.”



 IS와 알카에다는 ‘다비크(Dabiq)’와 ‘인스파이어(Inspire)’라는 영어 웹진도 발간한다. 이를 제작하는 데는 기자 출신의 인질을 투입한다. 영국인 사진기자로 2012년 IS에 인질로 잡힌 존 캔틀리가 대표적 ‘서방 출신 선전 요원’이다. 그는 IS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다비크’ 마지막 페이지에 “나는 곧 참수될지 모른다”며 서방의 항복을 촉구하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IS의 선전 영상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구글 등 검색창에서 22일 현재 ‘다비크’를 입력하면 0.17초 만에 약 28만5000개의 검색 결과가 뜬다. “IS에 항복하지 않으면 대홍수가 지구를 덮칠 것”이라거나, IS 대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우정을 과시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고아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IS 대원 사진도 실렸다. 인간미를 강조하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선전·선동술의 요건을 갖췄다.



 IS의 선전·선동술은 특히 청소년이나 사회 비주류층에 호소력을 갖는다는 게 인 교수의 지적이다. 기존 테러 단체들과는 달리 IS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러시아까지 거의 모든 강대국을 비난 대상에 넣으며 도발하기 때문이다. 인 교수는 “현재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IS의 선전·선동물을 보면 세계의 기존 질서에 정면 승부를 거는 멋있는 집단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라며 우려했다.



 실제 이런 콘텐트에 현혹된 이들은 SNS에 댓글을 달거나 해당 콘텐트를 올린 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접촉을 시작한다. SNS에 IS 연관어를 태그로 걸면서 관련 글을 올리는 빈도가 높아지면 IS에서 먼저 접촉하는 경우도 있다 . 이렇게 접촉이 시작되면 2단계로 1 대 1 소통이 시작된다. 주고받은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어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 슈어스폿 등으로 탐색전을 펼친다. 이 단계를 넘기면 개인 e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터키·시리아 등에서 접선이 이뤄진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전쟁터로 향하는 미국인들』의 저자인 미국인 중동 전문가 J M 버거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 정책 입안자들이나 학자들에겐 IS의 폭력성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벨기에의 반 오스타옌은 FT에 “영상에 현혹되면 IS에 동조하는 자신이 처음엔 멋있게 느껴지겠지만 추후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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