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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곪아 터질 때까지 방관한 법관 윤리감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백기
사회부문 기자
“고사라도 지내야 될 것 같습니다.”



 한 법원장급 고위 법관이 22일 내뱉은 탄식이다. 수원지법 최민호(43) 판사가 수억원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며칠 뒤 현직 대구지법 판사까지 성추행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사채업자에게서 현금 2억6000만원 등을 받은 혐의로 최 판사를 조사 중 긴급 체포했다. 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 판사들은 그의 혐의 내용과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이어 당일 저녁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최 판사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해 구속됐고 수원지방법원장은 이미 구속된 최 판사에 대한 징계를 21일 대법원에 청구했다.



 문제는 최 판사의 의혹이 지난해 4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졌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뭘 한 걸까. 보도가 나온 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윤리감사관실은 최 판사로부터 경위서 세 차례, 금융계좌 거래내역을 두 차례 받는 선에서 조사를 끝냈다. 최 판사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제출된 자료만으론 비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최 판사는 체포되기 직전까지 가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재판장 역할을 했다.



 대학 후배인 20대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대구지법 유모(30) 판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언론 보도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법원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2일에야 재판에서 배제했다.



 대법원이 사전감찰이나 사후조사에 모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장판사급 법관이 윤리감사관을 맡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법관 비위나 비리 조사에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검찰이 감찰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징계 수위가 정직 1년에 불과한 법관징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은 “수사권이 없는 윤리감사관실의 감찰엔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제도적 한계 때문에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사들의 비위나 비리에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국민의 신뢰는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한다. 판사의 직무는 엄중하다. 판사들의 일탈을 예방하거나 벌하는 것은 대법원의 몫이다. 최 판사가 구속된 뒤 대법원은 “윤리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과연 판사 비리를 곪아 터질 때까지 방관해 온 대법원의 고질병이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김백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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