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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금체계 안 바꾸면 노사 모두 어려워진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지난해 임금체계를 바꿨다. 골자는 연령이나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 폐지다. 대신 담당하는 역할의 크기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역할급을 도입했다. 두 회사의 임금체계 개편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연령이나 근속 대신 담당하는 일의 가치에 따른 임금체계를 집요하게 추구해왔다. 그 결과 이른바 ‘역할급’이 연공급을 대체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로 자리 잡았다.



 일본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 배경은 최근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공통적인 개편 배경은 저성장, 고령화, 글로벌 경쟁의 격화, 창의성의 중시로 요약된다. 저성장과 경쟁 격화로 수익성은 악화되는 반면 고령화는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기존의 연공임금을 더 이상 지탱하기 곤란해진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젊은 근로자들이 지닌 창의성은 점점 더 중요한 회사의 핵심 역량이 됐지만 이들은 연공급으로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로 전락했다. 이러다 보니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 현황은 어떤가? 노동시장 환경,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법·제도 변화를 감안하면 활발하게 개편이 진행돼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대부분 고정상여금의 재편에 그치고 있다. 이걸 두고 노사 간에 소송전이 벌어져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빚은 게 대표적인 예다. 기존의 고정상여금을 기본급, 경영성과배분, ‘재직 요건’을 추가한 복리후생비 등으로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이를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정년 연장과 관련한 기업의 대응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한숨 돌렸다는 정도다. 임금피크제는 당장은 필요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임금 곡선이 생산성에 따라 변하는 체제 개편이 지속가능한 해결책이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기업경쟁력과 고용을 담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노사정 당사자들은 이런 특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첫째, 임금조정과 고용조정은 대체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은 아직 고용조정의 매력에 끌리는 것처럼 보인다. 97년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은 고용조정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사관리 체제를 도입했다. 임금체계 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려면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고용보장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둘째, 노사관계다. 일본의 사례에서와 같이 특히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간의 높은 신뢰와 지속적인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노조의 전투성이 완화됐지만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임금체계 개편의 방법 문제다. 위 두 문제와 비교하면 본질적이진 않지만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오해나 지나치게 획일적인 처방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금체계 개편을 연봉제와 동일시하는 오해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일 중심의 임금체계, 특히 직무급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과 함께 근거 없는 오해가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기업들처럼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연공성을 제거하기 위해 직무급의 원리는 적용했지만 서구식 직무급이 아니라 특유의 ‘역할급’을 만들어냈다. 특정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는 접근보다는 현재의 문제점 해결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하이브리드 임금체계까지 감안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편이 근로자와 사회 전체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선 성과배분제의 활성화다. 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근로자에게 고루 배분돼야 한다. 성과배분제는 근로자도 주주와 같이 기업의 주요한 이해관계자라는 인사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이게 미국에서 말하는 공유자본주의(shared capitalism)다. 그래야 소득격차가 준다. 임금체계 개편에서는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지만 성과배분제가 활성화되면 공동체 원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시장과 공동체의 균형을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성과배분제의 활성화는 노사 간 신뢰도 높인다. 이를 위해 우리사주제도의 개편과 현금 성과배분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노력이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기업 규모 간 임금격차 완화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신입사원 초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직종별 노동시장과 산별노조의 전통이 없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일본의 신규 졸업자 초임 수준의 사회적 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대졸자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초임 수준이 최대 4%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기업 규모 간 격차가 두 배 이상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첫 출발부터 너무 차이가 나면 사회적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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