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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당신의 두 얼굴은 안녕하십니까?

조강수
사회부문 부장대우
‘너는 지킬 박사인가, 하이드인가’.



 불쑥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인천 부평의 스물다섯 살 보육교사가 4살짜리 원생을 주먹으로 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본 직후다.



 낮에는 세상의 존경을 받는 지킬 박사, 밤이면 약을 먹고 잔혹하게 변해 악행을 저지르는 하이드. 130여 년 전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인간의 양면성을 공포소설에 담아냈다. 마침 국내 인기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각색한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도 최근 첫 전파를 탔다. 차가운 까칠남(지킬)과 달콤한 순정남(하이드)의 양면을 가진 남자의 사랑 얘기다. 원작에서 공포를 빼 로맨스로 변주했다.



 1970년대 말 방영된 TV 외화 시리즈 ‘두 얼굴의 사나이’도 구도가 비슷하다. 과학자 데이비드 배너 박사가 실험 도중 과도한 감마선을 쬐어 극도의 분노 상태에 이르면 녹색 괴물 헐크로 변한다. 옷도 갈가리 찢어져 상의 실종 복장이 된다. 화가 가라앉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표정이다. 이윽고 정체성을 찾아 쓸쓸히 길을 떠나는 뒷모습에선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났다.



 서두의 자문(自問)에 대한 자답(自答)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배너 박사와 헐크가 다 내 안에 있다”다. 다만 사람에 따라, 나이에 따라 양면의 간극은 다르겠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에 비해 죄책감, 수치심, 민망함 등의 자기 디스(Disrespect) 감정을 쉽게 망각하거나 화를 억누르는 기술을 생활의 지혜로 체득한 듯싶다.



 반면 음료수를 바닥에 흘렸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주먹을 날린 인천의 보육교사는 그 순간 헐크가 됐다. 주먹질에 아이가 붕~ 떠서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장풍을 맞은 추풍낙엽처럼. CCTV에 고스란히 찍혔기에 망정이지 CCTV가 없었다면 극구 부인했을 것이다. 또 그는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는 착한 얼굴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현재 무직자인 ‘땅콩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국적기 안에서 헐크가 됐다. 그녀가 헐크질을 하는 순간은 1등석에 동승했던 여성 승객의 카톡 메시지를 통해 친구에게 생중계됐다. 의붓딸을 살해하기 전에 성폭행까지 저지른 인면수심의 안산 인질극 살인범도 이웃들에게는 자상한 아저씨였을지 모른다. 법복을 입고 남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판사님들도 헐크질 대열에 최근 합류했다. 한 판사는 저녁 잘 먹고 노래방에 가서 대학 후배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다른 판사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수억원을 받고도 검찰에 나가기 직전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버젓이 남을 재판했다.



 하이드나 헐크가 많이 나올수록 더 아픈 사회라고 한다. 개인 내면의 괴리감이 크다는 방증이라서다. 울화통이 터지면 일반 시민도 언제든 헐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나라님도 신독(愼獨)하며 가끔 국민의 안부를 묻는 게 어떨지? “당신의 두 얼굴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조강수 사회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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