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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외로운 늑대는 결국 우리가 낳았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2009년 4월 강원도 정선 북평면. 외진 민박에 남녀 두 쌍이 찾아왔다. 20대, 많아야 30대로 보였다. 그들의 방은 저녁 내내 조용했고 음식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그랬다. 주인이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문은 안쪽에서 테이프로 밀봉되듯 붙여져 있었다. 연탄은 재만 남았고 남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15일 횡성 갑천면, 17일 인제 북면, 22일 홍천 서면, 23일 양구 웅진리에서 집단자살이 이어졌다.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사전에 준비한 뒤 연대해 움직였다.



 자살자 연대는 포털의 자살카페에서 비롯됐다. 21세 청년이 만든 카페는 ‘생각’만 있던 ‘외톨이’를 ‘행동가’로 개조시켰다. 나는 개설자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고1 때 자퇴하고 4년간 집밖 출입이 없었다. 인터넷은 유일한 대외 창구였다. 게임을 하고 비디오를 보고 카페를 만들었다. 21명이 자살을 시도해 12명이 죽었으나 그가 한 건 실은 그게 다였다. 1m82㎝의 50㎏대 청년. 극도로 나약한 아이가 저지른 비극에 우리는 무력했다.



 집단자살은 한국의 ‘외로운 늑대 범죄’의 시초일 수 있다. 5년 만에 한국에 또 다른 늑대가 나타난 걸까. 누군가를 해치진 않았으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의 일원이 되기 위해 시리아 국경을 넘은 18세 김군. 미국 CIA는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김군처럼 IS를 동경하는 이들을 잡아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늑대의 출몰은 오히려 늘고 있다. 그들은 ‘작은 오류가 놀라운 생명력을 얻어 시스템 전체를 전복한다’는 스토리에 매료된다. 매트릭스의 네오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처럼 무력함을 떨치고 네트워크로 들어가 힘을 얻고 싶은 마음. 단 한 번이라도 이유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절실함.



 고교 총기 사건을 다룬 소설 『19분』은 늑대의 마음을 추적한다. 늑대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면 한때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았던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외톨이로 남는 과정은 범죄가 성립되는 과정이 아니라 이 사회가 아이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2009년 자살카페를 만든 청년의 부모는 그가 7세 때 이혼했다. 이혼한 뒤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을 나갔다. 시골 할매는 먹고사는 데 매달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자 아이는 혼자 남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구속된 후 검사와 통화한 적이 있다. “수감생활을 힘들어하죠?” “아닙니다. 옆에 사람이 있으니 거식증도 없어지고 체중도 늘었어요. 다시 살고 싶은 사람처럼.”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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