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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공짜? 사기 치지 마

김진국
대기자
연말정산은 소급입법으로 정리됐다. 지난해 1월 1일 국회를 통과한 법이다. 그걸 1년여가 지난 오는 4월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공제항목을 조금 늘려 준다. 결국 2014년 연말정산은 두 번 하게 됐다. ‘13월의 세금폭탄’과 ‘14월의 보너스’-.



 그럼 끝인가. 2월에 걷어서 5월에 일부는 돌려주고…. 그래도 끝나지 않는다. 근본 문제가 남아 있다. 재정 적자다. 5월 환급금이 적어서, 적용받는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 잘못된 방향이라서도 아니다. 사실 이렇게 바꾸면 고소득자가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가는 구조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정작 공제 방식을 바꾼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소득재분배만 노렸다면 상위소득자에게서 더 걷은 만큼 중하위층 세금을 깎아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명분이다. 세금을 더 걷는 게 목표다.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9300억원 정도가 더 걷힌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떡고물이 생긴 게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해 얻은 결과다. 이 돈을 쓸 곳까지 계산해 놓고 있었다.



 못된 어른이 어린애로부터 떡을 뺏어 먹는 모양새다. 떡을 동그랗게 만들어 주겠다며 한 입 베어 먹고, 네모나게 만들어 준다며 또 한 입 베어먹고, 다시 세모로, 별 모양으로… 그러다 보면 떡이 남아나지 않는다. 동그랗건, 네모건, 그건 떡을 뺏어 먹으려는 핑계일 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정치에 둔감한 사람,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사람까지 분개한 것은 처음 봤다. 급한 김에 소급까지 해가며 일부 공제를 늘려놨다. 그렇지만 이건 원칙에도 맞지 않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써야 할 돈은 많은데 걷을 돈은 더 줄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가계부에는 134조8000억원이 적혀 있다.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세금은 안 올리겠다’고 한다. 희한한 정치적 형용 모순을 만족시키려니 별별 궁리를 다 했다. 담뱃세를 올리고, 소득공제 범위를 줄여 가며 재원을 쥐어짰다. 그래도 증세(增稅)는 아니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손을 들고 말았으니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지난해 세수(稅收) 결손이 1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경기가 죽은 탓이다. 지방정부들도 손을 들었다. 이미 무상보육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한바탕 갈등을 빚었다. 걷는 돈이 줄어드는데 쓸 곳이 많으면 결과가 뻔하다. 빚을 낼 수밖에.



 연금은 바닥이 날 때까지 다음 정부로 미루고 있다. 공약에는 손도 못 대게 한다. 세금을 더 걷을 용기도 없다. 이렇게 잔치만 벌이고, 정산은 미루면 어떻게 되나. 결국 다음 정부로, 또 그 다음 정부로…. 내 임기만 끝나면 없어질 일인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식 세대가 다시 IMF(국제통화기금) 같은 파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복지는 세금이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8월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것도 중의원 480석 가운데 308석을 차지하는 압승이었다.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무료화 등 ‘공짜’ 공약을 내걸었다. 토목사업비를 절감하면 된다며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 예산의 42%를 국채로 메워야 했다. 아베 정권에 길을 내줬다.



 증세는 정치인에게 공포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부가세, 노무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는 이어진 선거에 참패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그림자도 깊고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도 절박하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어려워도 돌파해야 하는 과제다. 어렵다고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건 비극이다.



 분노를 촉발한 건 거짓말이다. 세액공제로 바꾸면 중간층 이하는 세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조삼모사(朝三暮四)’였다. 미리 많이 걷어 물어낼 돈을 줄이겠다, 돈을 나눠 내게 하겠다…. 바보 취급 받은 듯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정직이 최선이다.



 좋은 것만 모아놓은 정책은 없다. 복지도 하고 세금도 줄일 순 없다. 세금을 더 걷으면 경기에는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 5년간 193조원의 복지를 주장해온 새정치연합도 다르지 않다.



 복지를 확대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면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 꼼수 증세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 다행히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다. 선거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때다. 이 참에 증세를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자.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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