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여야, 다자녀 공제 없애면 돈 토해내는 것도 몰랐다

2013년 12월 조세소위 2013년 12월 27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한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 앞서 나성린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통과된 개정안에 따라 2014년 연말정산 환급액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한성(새누리당)·윤호중·이용섭(당시 민주당) 의원, 나 위원장, 안종범(당시 새누리당, 현 청와대 경제수석)·이만우(새누리당)·홍종학(당시 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번 세액공제 전환으로 세수 증가가 한 9200억원 정도 되고….”

 2013년 12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9차 조세소위에서 새누리당 안종범(현 청와대 경제수석) 의원이 입을 열었다. 9200억원을 추가로 걷기 위한 세제개편이라는 뜻이다. 안 의원은 “이용섭 의원님의 안 하나만 가지고 하면 2600억만 (세수가 증가) 된다. 그건 (먼저) 세액공제로 효과를 보고 다음에 손대는 게 맞지…”라고도 했다. 당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대상을 늘리자는 안을 냈었다. 이 의원은 “중산층이나 근로소득자의 세금에 손대기 전에 ‘수퍼 부자’라는 사람들부터 하고 부족한 건 세액공제로 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2015년 1월 봉급생활자들의 혼란과 분노의 싹은 이렇게 13개월 전 국회 속기록에 뿌려졌다. 당시 우선순위의 차이만 있었을 뿐 여야는 ‘중산층 폭탄’이 된 세제개편안(소득공제→세액공제)에 찬성하고 있었다. 민주당도 세제개편안 자체엔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최고세율 적용 확대(3억원→1억5000만원) ▶대기업 적용 최저한세율 인상(16%→17%)만을 요구했다. 그리고 10여 차례의 소위를 거치며 그 요구를 어느 정도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비판의 수위는 갈수록 낮아졌다. 야당 측 간사인 홍종학 의원이 저항하긴 했지만 조세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주저앉혔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의원=“부자들이 (조세 저항을) 덜 느끼게 하면서 세금을 늘리려는 게 세액공제 전환의 목적이란 것인가.”

▶안 의원=“그렇다. (세액공제로의 전환 없이) 세율구간만 조정하면 (부자는) 빠져나간다. 알지 않느냐.”

▶홍 의원=“그래도 중산층 부담이 늘어난다. 등골 부러지는데 또 부담 지우는 거다.”

▶나 위원장=“안 늘어나도록 이미 다 조정했지. 자, 이 정도 했으니까 일단 내가 정리하고 나중에 밖에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조세소위는 비공개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속기록이 공개된다. “밖에서 논의하자”는 말은 “속기록에 남기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실제로 안 의원은 “속기록 때문에 말씀은 못 드리지만…”이라며 민감한 얘기를 막았다. 이런 식으로 중산층의 부담 증가에 대한 논의는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8000만원(소득자)까지 43만원 (세금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그러니까 얼마 안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나 위원장=“ 손해 보는 계층과 이익 보는 계층이 나온다. 이런 건 나중에 논의 하자.”

▶홍 의원=“출생·입양·위탁아동 공제 다 없애려는 건데….”

▶나 위원장=“그런 거 하나만 보면 안 되지. 정부가 어디선가 다 보완했을 거다.”

 당시 정부는 중산층의 연봉을 3450만원으로 명시한 세법개정안을 발표(2013년 8월)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닷새 만에 중산층 기준은 연봉 5500만원으로 수정됐다. 속기록엔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도 드러나 있다. 나 위원장은 “왜 이런 ‘지저분한 안’이 나온 줄 알지 않느냐. 세액공제로 하니까 중산층 폭탄이라고 막 공격이 들어왔던 거 아니냐”고 했다.

 세액공제와 관련된 ‘황당 사례’는 다자녀 공제 관련 논의였다. 자녀 공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세액공제가 되면 현행보다 더 받는다”며 “이렇기 때문에 세수가 2300억원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많이 주면 좋다”는 취지로 찬성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정산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 예측은 틀렸다. 또 당시 소위에선 여성 근로자가 혜택을 보는 부녀자 공제의 소득기준이 총급여 4000만원과 5000만원 사이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그 결과 홍종학 의원은 “4000만원으로 하시고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부녀자를 위해 노력했다’는 의견을 회의록에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세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12월 31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했다. 새누리당 강길부 위원장의 “이의 없느냐”는 말에 “없다”는 대답만 나왔다. 본회의에선 재적의원 286명 중 찬성 245명, 반대 6명으로 통과됐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