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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70%, 직장맘 위주로 보육료 지원하자"

서울 재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직장 어린이집에서 21일 퇴근길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귀가하고 있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이 어린이집에는 보육실마다 폐쇄회로TV(CCTV)가 있다. 이곳은 회사 지원
덕에 보육교사를 많이 채용해 교사당 아이의 비율이 2.3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보육시설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직장 어린이집에서는 아동 학대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신인섭 기자


서울 서초구 직장맘 김수현(32·여·회사원)씨는 딸(2) 아이를 민간 어린이집에 보낸다. 한 달에 아이행복카드로 정부에서 28만6000원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11만5000원의 기본보육료가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어린이집에 들어간다. 딸한테 매달 40만1000원(3월부터 41만3000원)이 나오는 셈이다. 부부가 함께 버는 김씨는 이런 지원이 못내 부담스럽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보육료 지원이 고맙기는 합니다만 굳이 나라에서 저 같은 사람에게 전액 지원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형편이 좀 어려운 사람들 위주로 더 지원하고, 여유 있는 사람한테 주는 돈으로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짓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김씨와 같은 처지의 부모는 2011년까지 보육료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그땐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했다. 어떤 때는 지원금액이 소득별로 달랐다. 저소득일수록 많았다. 2012년 0~2세 무상보육이 전격 시행되면서 이런 차등 방식이 허물어졌고 2013년에는 전면 무상보육 때문에 사라졌다.

 엽기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줄을 잇는 이유는 보육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학대 행위자는 교사나 원장이지만 학대의 근본 원인을 파고들면 결국 무상보육에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교사 자격 강화 등 단기 대책이 필요하지만 원인 치료를 위해서는 무상보육의 틀을 깨야 한다고 권고한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소득이나 엄마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보육료를 똑같이 지원하는 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신기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70%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하는 것이다. 2011~2012년까지는 보육·양육·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 등이 그랬다. 지금은 기초연금만 이 틀을 유지한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은 10조4000억원이다. 상위 30%를 제외할 경우 단순 계산하면 약 3조원이 남는다. 이 돈이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1000개 짓고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

 보육료 지원 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강하다. 경기도의 한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우리 어린이집 원생 18명 중 14명이 전업주부 자녀인데, 처음에는 서너 시간만 맡긴다고 했다가 점점 편해지니까 오후 5, 6시에 애를 데려간다”며 “이해가 잘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어린이집은 원래 경제활동을 하느라 애 키우기 힘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영국은 일하지 않으면 하루 2~3시간만 지원한다”고 말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도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전업주부 보육료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이런 시도를 했다. 대책 없이 그해에 시행된 0~2세 무상보육이 지금처럼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자 복지부는 긴급 수술을 시도했다. 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 전까지는 보육료의 60~70%만 부모가 아이행복카드로 받고 나머지(기본보육료)는 부모를 거치지 않고 어린이집에 갔는데, 이를 바꿔 기본보육료까지 부모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전문가들은 보육료 지원 방식을 다양화해 부모의 선택을 돕자고 제안한다. 반일(半日)제와 종일제로 나누고 상황에 따라 반일제를 이용하되 시간제 보육을 추가하거나 일부 양육수당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가정양육수당을 올려 이것만 선택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기본보육료를 부모에게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찮다. 서울 서초구 전업주부 김모(35·여)씨는 “전업주부도 일하는 엄마만큼 힘들다”며 “시간제 보육을 이용하려 해도 집 근처에서 찾기 어렵고 예약제라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어린이집 이용자는 종일 이용하게 하되 신규 아동부터 적용하는 대안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특별취재팀=이에스더·정종훈·신진기자 welfar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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