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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세포로 여성 질병 실험, 그러니 안 맞지

인간·동물 세포를 연구용으로 쓸 때 남녀(수컷·암컷) 성별을 따진 뒤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가 엉뚱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의료·복지 등의 연구에서 젠더(gender·성)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21일 말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사업의 정책 수립, 평가를 담당하는 KISTEP는 이날 ‘2015 과학기술정책 10대 이슈’를 선정하며 ‘성별 차이’를 첫 번째 이슈로 꼽았다.

 과학 R&D에서 성별 차이에 대한 고려를 미국에선 ‘젠더 혁신’이라고 부른다. 1997~2000년 미국에서 판매 중지된 의약품 10종 가운데 8종이 여성에게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미 회계감사원(GAO)은 의약품 부작용 원인을 조사한 뒤 “신약 개발 때 남녀의 생리적 차이 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일보 2014년 11월 18일자 18면>

 실제로 가톨릭대 의대 이숙경 교수팀이 지난해 해외 주요 세포주은행에서 파는 연구용 세포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인간·동물 세포 상당수에서 성별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성별을 알 수 있는 세포는 남성(수컷)이 대부분이었다.

 현행 법 규정도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제정된 악취방지법은 각종 사업장에서 나는 악취 정도를 따져 배출기준을 위반했는지 판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판정원 이 여성일 경우 남성에 비해 악취에 훨씬 민감했다. 이화여대 환경공학부 조경숙 교수는 “악취 판정원의 남녀 구성 에 따라 악취 배출기준 위반여부 판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성인지(性認知) 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남녀별로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평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과학분야에선 대부분 여성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관련된 사업 뿐이고 R&D에서 젠더 혁신과 관련된 예산은 거의 없다. KISTEP는 젠더 혁신 외에 ▶신우주경쟁 시대의 발전 전략 수립 ▶과학외교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 실현 등을 올해 10대 과학기술정책 이슈로 선정했다.

김한별 기자

◆세포주은행 =의학·생물학 연구에 쓰일 각종 세포주(Cell Line)를 보관하고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시설·기관을 말한다. 1960년 미국에 처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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