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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랩으로 푸는 프랑스 철학, 어렵지 않네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1958)에서 현재는 과거에 침범당한다. 사립탐정 퍼거슨은 한 여성의 추락사를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영화엔 죽은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코드가 반복해서 나온다. 그녀의 머리 모양, 들고 있던 꽃다발, 좋아하던 목걸이 등이다.

 서동욱(사진)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현기증’을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연결시켰다. 주인공은 무의식적 기억이 살아나면서, 즉 비자발적으로 과거 추억에 잠긴다. 서 교수는 두 작품에서 “과거의 코드가 없으면 현재는 독해되지 못한다”는 공통 명제를 끌어낸다. 여기에서 서양철학사의 뿌리에 해당하는 플라톤의 ‘상기(想起·anamnesis)’ 개념을 설명한다. ‘잃어버린 과거를 현재에 자꾸 기억하면서 참다운 인식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서 교수는 “문학·영화·음악 같은 예술은 삶의 구체성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통한 철학을 통해 철학이 얼마나 삶에 가까운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예술작품을 통한 삶의 사유를 가장 활발히 한 이들이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28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강하는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이 문학·영화·음악을 주요 재료로 삼게 된 배경이다. 프랑스 철학 전반을 소개하는 네 번의 강좌로 이뤄졌다. 1~3강은 ‘현대철학이란 무엇인가’ ‘현상학과 실존주의 시대’ ‘구조주의와 그 이후’란 제목으로 프랑스 철학 사상을 개괄하는 시간이다.

 4강 ‘충돌의 불꽃과 창조의 여정’에서는 앞선 강의에 나왔던 사상을 실습해보는 순서다. ‘현기증’뿐 아니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만춘’(1949),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1963) 주요 장면을 함께 본다. 래퍼 MC메타가 나와 서 교수의 책 『철학 연습』을 낭독하는 시간도 있다. 책은 현상학·구조주의 등 사상을 중심으로 삶을 사유하는 철학 에세이다. 서 교수는 “철학이 단지 추상 개념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사유과정이라는 것을 랩의 리듬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철학을 전공한 시인 김경주씨도 나와 서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서 교수는 “현대 프랑스 철학은 추상적 틀에 갇히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문화·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개념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르트르·메를로퐁티·푸코·들뢰즈의 삶과 철학의 기초적 개념들을 알려주는 게 이번 강의의 목표다. 강의는 무료이며 이달 28일과 다음 달 4·11·13일 서강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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