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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뇌관을 뽑으려면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 위한 작업에 분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를 사실상 주문하면서다. 현재 2.0%인 기준금리가 곧 1%대로 들어설 전망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서민 경제의 침체상과 기업 실적 악화, 취업난 등이 갈수록 심하다. 구조개혁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초저금리는 절실하다. 그런데 몹시 불안한 구석이 보인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경제 주체들에게 돈을 좀 써달라는 주문이다. 특히 기업 투자와 창업, 부동산 개발 등을 겨냥한다. 그런데 기업은 꿈쩍도 않고, 가계만 뜨겁게 호응한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014년 상반기 중 월 평균 1조4000억원 늘던 게, 하반기에는 월 평균 5조원을 훌쩍 넘겼다. 그야말로 눈덩이 불어나듯 한다. 8월과 10월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LTV·DTI)를 완화한 결과다.

 가계라고 빚을 쓰지 말라고 할 순 없다.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하려면 써야 한다. 미래에 더 큰 자산이나 소득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환 능력도 없으면서 빚을 내 써버리는 가계가 많다면 큰일이다. 요즘 실태가 그렇다. 적자 가계부나 자영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꽉꽉 채워 빼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조사를 봐도 주택대출 증가분 중 실제 부동산 구입에 쓰인 돈은 45%에 불과하다.

 마지막 재산인 아파트 한 채를 맡기고 70% 한도까지 대출을 뽑았는데, 그 돈이 다른 자산으로 남지 않고 사라졌다면 어떻게 될까. 집의 70%는 은행 소유로 넘어가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고, 나머지 30%를 보증금 삼아 월세(은행 이자)로 사는 셈이 된다. 최악의 주택 유동화다.

지금은 금리가 워낙 싸졌고, 더 내린다니 버틸 만하다. 하지만 언젠가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의 만기 연장이 안 되거나, 어떤 외부 쇼크로 집값이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택시장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이는 경제 전체의 위기로 직결된다.

 부채는 언제나 과잉이 문제였다. 1990년 일본 버블붕괴, 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미국 금융위기 등 모두가 상환 능력을 넘어선 부채가 낳은 재앙이었다.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는 누가 봐도 과잉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65%를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평균 133%) 중 최상위권이다. 미국은 2007년 127%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115%로 떨어졌고, 일본도 120%로 낮아졌다.

 대책은 뭘까.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 가계의 소득을 올리는 게 최선이다. 적정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부채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둘 다 노력한다고 쉽게 될 일이 아니다.

당장 실천 가능한 게 있다. 가계부채의 만기를 선진국처럼 20~30년으로 길게 하고,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올라도 버틸 힘이 생긴다. 그 대신 일정 유예기간 뒤에는 이자에 더해 원금도 동시에 갚아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도 상환 부담을 크게 느껴 함부로 대출을 받지 못한다. 지금 은행은 주택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30%라고 하지만 다 가짜다. 3~5년 고정금리 뒤 다시 변동금리로 바뀌게 돼 있다.

 아울러 은행도 대출 실패에 대해 책임을 분담토록 해야 한다. 한국의 은행은 주택담보 대출인이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집 한 채를 넘어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차압할 권리를 갖는다. 상법상의 ‘소구권’이다. 하지만 미국 등 많은 선진국은 이를 불허한다. 담보로 잡은 집 한 채로 끝이다. 은행도 대출에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한국의 은행은 지금과 같은 짧은 만기와 변동 금리, 소구권 인정 덕분에 아무 리스크 없이 대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리스크는 대출인에게 전가된다. 가계대출의 고삐가 풀려 있는 비밀 중 하나다. 소구권 불인정과 장기 고정금리만으로도 은행들은 몸을 사리게 되고, 가계부채는 어느 정도 자율 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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